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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난 공지영 닮은 꼴... 롤모델은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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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난 공지영 닮은 꼴... 롤모델은 조지 오웰"

입력
2017.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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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 이어 SF물을 내놓은 장강명 작가는 지금 자신의 글쓰기를 “운동으로 비교하면 덤벨을 들어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소설 쓸 땐 고유명사를 많이 들어간 압축적인 문장을 썼다. 그 문체 버리는 데에 오래 걸렸다. 전반적으로 몸이 더 괜찮아지면 다음에 쓸 글은 더 나아질 것이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스릴러에 이어 SF물을 내놓은 장강명 작가는 지금 자신의 글쓰기를 “운동으로 비교하면 덤벨을 들어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소설 쓸 땐 고유명사를 많이 들어간 압축적인 문장을 썼다. 그 문체 버리는 데에 오래 걸렸다. 전반적으로 몸이 더 괜찮아지면 다음에 쓸 글은 더 나아질 것이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대세 작가 장강명(42)이 신작 ‘아스타틴’을 냈다. 장르소설 중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SF물로 1인 출판사를 통해서다. 원고지 400매 분량의 중편소설인 신작은 목성과 토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격 우주활극이다. 대형 문학 출판사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그가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낸 이유는 뭘까. 장르문학 중에서도 비주류인 SF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2일 한국일보를 찾은 작가는 지금 자신의 글쓰기를 “운동으로 비교하면 덤벨을 들어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레미제라블 같은 큰 작품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옛날 소설가보다는 유리할 것이다. 요즘엔 오래 사니까.”

장씨는 2011년 데뷔 후 기자 출신 이력을 십분 발휘, “뜬구름 잡지 않고 먹고 사는 거 확실한 인물”을 그린 소설로 공모전 성격의 문학상을 연거푸 4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헬조선’의 청년들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들은 젊은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판사 문학동네, 은행나무, 위즈덤하우스 순으로 소설을 냈다. 문단에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출판사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

“재작년 초까지 작가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장편소설)‘한국이 싫어서’ 내기 전에는 출판사 제안이 있으면 그때마다 덥석덥석 계약했다. 계약 순서대로 책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정신 차려보니 이미지고 뭐고 마감하기도 힘들다(웃음). 문예출판사에서 책을 내야 한다는 강박은 없고, 보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여객선에 비유하면 쾌속선부터 크루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는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냈나?

“출판사 대표가 젊다. 대학생일 때 ‘텍스툰’이란 장르문학 잡지를 만들었는데, 졸업하고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1인 출판사 에픽로그를 만들었다. 좋아 보였다.”

-SF소설이라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장르문학 중에서 SF는 가장 마이너 장르다.

“그렇게 마이너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쓰고 싶었다. ‘장강명은 기존 문단을 깨는 작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설시장이란 큰 덩어리가 있다면 가운데는 대중문학, 양끝에 장르문학과 순문학이 있다. 일반 독자들은 문체가 현란하게 아름다운, 노벨문학상 수상작 같은 소설을 많이 보진 않는다. 어지간히 소설 보는 사람들도 추리소설을 더 좋아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대중소설 영역이 한국 소설시장에서 무너진 상태라고 본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대중작가가 한국 작가 군에는 없다. 순문학, 장르소설 양끝만 남으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나는 가운데(대중문학)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이다.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다. 이 다음에는 추리소설을 쓰려고 한다. 공포, 로맨스소설도 써보고 싶어 연습하고 있다.”

-장르문학 중에서도 SF는 진입장벽이 높다.

“대학 때부터 SF를 써왔고, (프로 데뷔 후) ‘호모도미난스’로 SF상을 받기도 했다. 내는 책마다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언젠가는 걸작을 쓰고 싶다, 더 다양한 장르를 잘 쓰고 싶다는 작가적 욕심은 있다.”

-신작 제목, 인물 이름은 어떤 기준에서 ‘작명’한 건가. 주인공 사마륨은 사마리아인들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건가.

“전혀 아닌데, 앞으로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녀야겠다. 제목도 주인공도 모두 원소 이름이다. 내가 ‘당대 한국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는다’는 말을 많이 듣지 않나. 한번 엇나가서 한국 사람 아무도 안 나오는, 한국이 없는 소설을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러다 아예 우주로 간 거다.”

-사마륨 캐릭터가 어느 대선후보를 떠올리게 한다. 대선하고는 관련이 없나?

“어… 사마륨은 굉장히 순정파인데… 당황스럽다. 국내 정치와 연관 지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초고를 2015년 초에 썼고 대선하고는 상관없다.”

-SF소설치곤 너무 문학적 결말 같은데, ‘결국 사랑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사마륨의 개심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수치심과 자기반성에서 나온다고 본다.”

‘전직 기자’ 이력을 십분 발휘해 대학에서 소설 취재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장강명 작가는 “집필 때 취재 비율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취재에 시간 많이 들이는 건 바보”라며 “취재를 할 부분만 취재를 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전직 기자’ 이력을 십분 발휘해 대학에서 소설 취재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장강명 작가는 “집필 때 취재 비율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취재에 시간 많이 들이는 건 바보”라며 “취재를 할 부분만 취재를 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선배 한국 작가를 꼽는다면?

“공지영 작가의 직계 후배라고 생각한다. 쉬운 문장에 대중적인 플롯을 지녔고, 당대 현실 문제를 끊임없이 소재로 삼으시고, 취재 열심히 하시는 분이다. 나한테 붙이는 수식어 모두 공 작가께 붙여도 어색함이 없다.”

-데뷔 전 롤모델은?

“공 작가가 롤모델은 아니었다(웃음). 한때는 제임스 엘로이라고 얘기했는데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요즘엔 조지 오웰이라고 대답한다(웃음). 오웰은 쉬운 문장으로 명료하게 썼고, 대중적인 서사로 당대 현실을 비판했다. 취재도 열렬하게 했다. ‘1984’는 SF로도 일급이다. 단명한 거 빼고 다 본받고 싶다.”

-문학상으로 먹고 살지 않겠다고 단언한지 3년째다. 후회하신 적은 없나?

“한 번도 없다. (문학상 상금으로 생계 유지를 하는 게)지속 가능한 것도 아니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올해와 작년 장편소설공모전 수상자 상당수가 기존 수상 경력이 있더라. 신인 발굴은 아닌 것 같다. 이건 문학계 일로 한정되진 않는다.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합격자 중 진짜 신입은 찾아보기 힘들고 경력자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중견기업 3년 차가 삼성 신입공채에 원서를 낸다고 한다.”

-그래도 문학시장에 대해 낙관하는 것 같다.

“한국 소설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의 커리어가 저랑 좀 닮았다고 느꼈다. 정세랑 정아은 임성순 이혁진 같은 신진 작가들의 글과 태도도 저와 비슷한 것 같다.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취재 많이 하고 문장이 쉽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월급 받아 먹고 사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고 받아들일 작품을 쓰신다. 한국 소설시장에서 일본 대중소설이 차지하던 자리로 가려는 건데, 거창하게 말하면 이것도 문예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농반진반으로 이 기류를 ‘월급사실주의’라고 말해왔다. 만약 내 생각이 옳다면 ‘SF는 마이너니깐 안돼’하는 식의 편견도 옛날 얘기가 될 수 있다. 새로 열리는 문학판에서는 뭐가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예상하는 건 아니고, 일단은 이것저것 써 보자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쓴 소설은 계속 장르, 주제가 바뀌었다.

“의도하고 쓰는 거다. 비유컨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대배우’가 되고 싶어 커리어를 쌓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접근법이나 주제를 일부러 다르게 쓰려 한다. 매번 시장 반응을 예상해서 ‘무엇을 써야겠다’는 식은 아니다. 뭐가 뜬다 해서 그걸 쓰면 오히려 망한다는 생각이 있다.”

-집필할 때 버릇은?

“한 번에 하나의 작품을 쓰는데 그냥 혼자서 부엌에 불을 켜놓고 쓴다. 특별한 건 없다. 작년 여름에는 에어컨 전기료가 많이 나와 독서실에 갔다(웃음).”

-기자 되기 전, 기자가 된 후, 그리고 작가로서 본 대선과 정치판은 무엇이 다른가.

“정치부 기자로 3년 가까이 국회를 출입했는데, 그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밖에서 볼 때는 정치인들이 바보 같지만 직접 가서 보면 똑똑하고 다 한 칼씩은 차고 있는, 사회에서 만났으면 존경했을 사람들이다. 직접 가서 보니 밑에서 온갖 갈등과 사연이 섞여 위로 드러나는 거더라. 모든 것을 회색으로 보게 됐다. 그런 인식이 작가가 돼서도 나오는 것 같다. ‘댓글부대’에서 누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무슨 사연이 있고, 왜 이런 일을 하게 되는지 설명하듯이.”

-본격 정치 소설을 쓸 생각은 없나?

“(출판사와)계약했다. 한참 후에 쓸 거라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다. 지금은 문학공모전 문제를 다루는 논픽션을 쓰고 있다.”

-현재 고민과 앞으로 쓸 작품은?

“‘기사에서 엄청 건방지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든다(웃음). 논픽션 원고를 마치면 다음엔 추리소설을 써볼까 한다. 재작년까지는 과연 작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한 시름 놨다. 나태해지지는 말고 한 단계 더 뛰어넘고는 싶다는 고민은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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