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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물? 카네이션? 이젠 고민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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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선물? 카네이션? 이젠 고민 안 해요”

입력
2017.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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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김영란법’ 첫 적용

귄익위 “개별적 선물은 불법”

학생ㆍ학부모들 “과도한 선물 부담 덜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성동구 A고등학교 2학년 이모(17)군은 이번 스승의날이 느긋하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덕에 카네이션과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승의날 아침엔 비싼 화장품부터 5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카네이션들이 교탁 중앙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자리다툼을 했다. 그럴 때마다 이군이 준비한 5,000~6,000원짜리 종이 카네이션은 언제나 교탁 언저리나 밑에 머물렀다. “스승의날 만큼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날이 없어요. 선물도 그렇지만 카네이션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카네이션을 줬는지에 따라 그 친구 집 사정이 드러나거든요. 올해는 카네이션으로 부끄럽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겠죠?”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날을 2주정도 앞두고 과도한 선물 부담을 덜게 됐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군처럼 선물 가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담임교사에게 억지로 성의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다. 물론 처음 겪는 일이라 스승의날 선물이나 카네이션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묻는 글이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꾸준히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3일 권익위에 따르면 권익위는 올 초 ‘학생 대표가 학생의 평가ㆍ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 꽃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최종 유권해석을 내렸다. ‘학생 대표’와 ‘평가ㆍ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사’의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여전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전처럼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교사들에게 선물이나 카네이션을 줄 수 없는 건 분명하다.

스승의날만 되면 어떤 선물, 얼마짜리 카네이션을 줘야 할지 고민했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권익위 유권해석을 반긴다. 강동구 S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장모(37)씨는 “카네이션이 생화냐, 종이냐, 바구니냐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며 “그래도 선생님에게 성의를 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비싼 걸 선택해 왔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종이 카네이션은 싸게는 2,000원선에 살 수 있지만 생화 10송이를 바구니에 담으면 3만원은 기본이고 5만원이 넘기도 한다.

스승의날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좋다는 학생들도 있다. 서초구 S고등학교 2학년 정모(17)양은 “사실 담임선생님이라 해도 3월에 만나 두 달밖에 지내지 않아 서로 어정쩡한 게 사실”이라며 “짧은 기간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함께 잘 지내자는 의미로 학생 대표가 카네이션을 주는 것 정도가 딱 좋은 거 같다”고 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과 유대도 쌓고, 평가 기간도 지난 12월에 스승의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개별적으로 카네이션을 주는 건 아예 불가능한 것인지, 담임교사가 아닌 교사에게 주는 건 가능한 것인지 여전히 고민한다. 성동구 H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52)씨는 “아들이 특히 수학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주고 싶어하는데 김영란법 때문에 못 드릴까 봐 걱정 중”이라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학생 대표는 담임교사의 경우 반장, 동아리교사는 동아리 대표직에 있는 학생 등을 뜻한다”며 “평가를 담당하는 위치에 있다면 담임교사가 아니더라도 선물은 불가능하며 개별 학생의 꽃 선물도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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