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성 가사 도우미가 베이징(北京)에서 겪은 30년 타향살이의 고초를 담은 자전적 수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하룻밤 새 스타작가가 됐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후베이(湖北)성 출신 판위쑤(范雨素ㆍ44)씨는 이혼 후 두 딸을 키우는 경험을 담은 자전적 수필 ‘나는 판위쑤’를 지난달 24일 위챗(微信·)의 문학 사이트에 올렸다.
이 수필은 하루 새 10만여 차례 공유되고, 2만여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베이징 도심에서 30㎞ 떨어진 그의 집 주변에 20여 명의 기자와 출판업자들이 진을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후베이성 샹양(襄陽) 인근 마을 출신인 판위쑤는 7,000자 분량의 수필에서 12살 때 마을학교 교사로 일을 시작했지만, 지루한 시골 생활이 힘들어 베이징으로 상경했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베이징에 상경한 그는 한 남성과 결혼해 두 딸을 낳은 후 남편의 잦은 음주와 구타에 고향으로 도망쳤지만, 출가한 여성이 고향에 정착해선 안 된다는 가족들의 반대로 힘겨운 생활을 시작했다.
고향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는 두 딸을 보육원에 맡긴 채 한 부잣집의 보모로 일했다. 그가 돌 본 아이는 중국 부호조사기관인 후룬(胡潤)의 부자 리스트에 등재된 한 재벌과 25살 아래인 정부 사이에 낳은 3개월짜리 딸이었다. 판위쑤는 “정부가 고대 황실 궁정의 첩처럼 살았다”며 “자신의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천박한 행동도 해야 했고, 음식을 구걸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골 출신 근로자인 농민공의 아이들이 현지 공립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한 국가 정책에 대해 “망할 교육부, 농민공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이런 정책을 누가 만들었느냐”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식들이 어렵게 자랐음에도 첫째 딸은 현재 연 9만 위안(약 1,470만 원)을 버는 어엿한 사무직이 됐다며 소외계층에게 사랑과 존엄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수필에 체제 비판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비판하면서도, 수필에 묘사된 개인적 고통과 농민공의 아이를 위한 교육 등 사회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례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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