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흑역사’인 인종 차별은 스포츠에서 유독 심하다. 잊을 만 하면 도지는 인종차별 논란은 최근에도 경기장 곳곳에서 드러나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의 외야수 애덤 존스(32)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최악의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일간지 ‘USA 투데이’와 ‘보스턴 글로브’에 폭로했다. 보스턴 팬들이 자신에게 땅콩을 던지며 영어 단어 ‘N’으로 시작하는 흑인 비하 용어를 수 차례 퍼부었다고 토로한 것. 보스턴 구단은 인종차별 공격에 가담한 취객 34명을 즉각 구장에서 내쫓았다. 존스는 이들을 “비겁한 겁쟁이”라면서 거액의 벌금을 물리고 야구장 영구 출입금지와 같은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메이저리그 사무국까지 나서 3일 성명을 내고 “존스를 겨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어느 구장에서든 인종차별 행위를 한 관객은 즉각 쫓겨날 것이며 추가 제재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보스턴 관중들은 3일 경기에 존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큰 환호와 함께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 박수를 보내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인종 차별을 하지 말아달라"며 존스를 옹호한 보스턴의 무키 베츠 역시 박수로 존스를 맞이했다.
축구장은 악명 높은 인종 차별 단골 장소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가나 미드필더 설리 문타리(32ㆍ페스카라)는 1일 열린 칼리아리와의 2016~17시즌 세리에A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관중석에서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 구호에 격분해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문타리는 다니엘레 미넬리 주심에게 지속적으로 인종 차별 행위에 대한 항의를 했지만 주심은 도리어 경고를 내밀었고, 화가 난 문타리가 스스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문타리가 걸어나가던 중 칼리아리 서포터스가 앉은 자리로 가 자신의 팔을 두드리며 '이게 나의 색깔'이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목격됐다. 문타리는 경기 후 "그들(칼리아리 서포터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내게 인종차별 구호를 했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간 것은 부모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아이에게 내 유니폼을 주고 그런 행위(인종차별 구호)가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전해주기 위했던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관중들이 유색인종 선수들에게 인종차별 구호뿐만 아니라 바나나를 던지는 등의 행위가 되풀이 되면서 논란이 이어져왔다.
지난달 23일엔 1970년대 세계 테니스계의 톱 플레이어 중 한 명인 루마니아 출신 일리에 너스타세(71)가 ‘테니스 여제’ 서리나 윌리엄스(36ㆍ미국)에 대한 인종차별 ‘가해자’로 물의를 빚었다. CNN 등에 다르면 페드컵 루마니아 대표팀 캡틴인 너스타세는 윌리엄스가 자신의 임신 모습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자 “어떤 색깔일까, 우유를 섞은 초콜릿?”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즉각 성명을 내고 “국제테니스연맹은 그 어떤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밝혔다.
동양인인 한국 선수들도 여러 차례 희생양이 됐다. 손흥민(25ㆍ토트넘)은 지난 3월13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밀월(3부 리그)과 FA컵 8강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는데 원정 팀 밀월 팬들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으며 “DVD! 3개에 5파운드”를 외쳤다. 동양인들이 싸구려 DVD를 복제해 팔고 다닌다는 의미다. 폭스스포츠는 “손흥민이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고 닐 해리스(40) 밀월 감독도 경기 후 “심각한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현수(29ㆍ볼티모어)는 10월5일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수비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든 맥주캔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 때 관중석에서 김현수를 향한 인종차별적 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