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ㆍSNS서 색깔론 공세…특정 후보 친북 세력 몰아
“재외국민 출구조사 1위” “박근혜 단식으로 건강 위태”
갖가지 가짜 뉴스 여론 호도…일부 캠프에선 임명장 남발도
쇼트트랙처럼 짧아진 대선 레이스 막판 마타도어식 선동으로 반전을 노리려는 악의적인 흑색선전전이 노골화하고 있다. 정책 이슈가 없는 단기전인데다 후반부로 흐를수록 보수와 진보 진영의 세 대결 구도가 강화돼 네거티브 전도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각 캠프에서 임명장을 남발하면서 혼탁한 선거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 들어 온라인 플랫폼에 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빠른 전파성이 가세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가짜 뉴스의 위력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퍼지는 근거 없는 색깔론 공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3일부터 온라인과 SNS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소속을 북한에 빗댄 사전선거 투표 독려 홍보물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제작한 문제의 홍보물에는 1번과 3번 후보 기호 뒤에 각각 북한 인공기가 그려져 있고,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경우 태극기가 삽입돼 있다. 1번과 3번 후보를 친북세력으로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다. 문재인 캠프는 “공당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불법행위다”며 선관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무차별적으로 퍼진 상태다.
문재인 캠프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선 “공산주의자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북한과 중국에 우리나라가 넘어간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관련 내용을 벽보로 붙여 만든 사례도 경찰에 적발됐다.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나돌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작도 활개치고 있다. 선관위는 ‘재외국민 출구조사’라는 제목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안철수 후보가 1위를 했다는 내용의 미확인 자료가 유포되고 있는 사실을 포착하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재외국민의 경우 출구조사 실시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날조된 내용이라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예비 내각 명단이란 제목의 글도 사람 이름만 바꿔 여러 개의 버전으로 돌아다닌 지 오래다.
보수 성향 지지층 감성에 호소하는 게시물도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식으로 건강 상태가 위태롭다는 가짜뉴스가 친박단체 중심으로 퍼진 가운데, 초췌해진 몰골로 박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있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선거 막판 캠프별로 임명장과 명함을 남발하면서 가짜뉴스 환경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안철수 캠프 측은 문재인 후보 직인이 찍힌 노인복지특별위원장 임명장이 광명 지역 경로당 60여 곳에 무더기로 살포됐고, 여기에는 사망자 2명도 포함돼 있었다는 한 방송사의 언론보도를 인용해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명단을 먼저 제시해와 이에 맞춰 제작해 배포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막판 구도가 진보와 보수의 세 대결로 회귀하는 흐름으로, 정책 비전 대결은 실종되고 각자 지지층 입맛에 맞는 극단적 선거 운동에만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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