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명의 집행정지 신청 수용
행정소송 판결전까지 잠정 조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적 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한 병무청 처분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116명이 자신들의 인적 사항을 홈페이지에 일괄 공개하기 시작한 병무청 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만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의무를 이행하고자 한다. 우리를 병역기피자로 낙인 찍는 건 부당하다”며 3월 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병무청의 명단 공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에게 회복이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며, 행정소송에 대한 선고일로부터 15일이 되는 날까지 명단 공개를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이번 사안의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수 없게 됐다. 행정소송에 대한 첫 공판은 다음달 28일 열린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적 사항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4년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검사나 입영, 소집을 거부하는 이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병역법 제81조2항이 신설되면서 병무청은 2015년 7월 1일 이후부터 발생한 병역기피자 총 237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명단을 심의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질병, 수감 또는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소명된 경우는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여호와의증인 등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외불법체류자, 병역판정신체검사 기피자, 현역입영 소집 기피자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 140여명이 무더기로 인적 사항 공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름과 나이, 주소, 기피일자, 기피요지, 병역법 위반조항 등이 병무청 홈페이지 ‘공개/개방 포털’에 노출된 것이다.
법원의 명단 공개 중단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 결정은 본안 판단에 앞서 임시로 취하는 조치라 나중에 선고되는 판결의 결론과 일치하지 않을 수는 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창화(39) 변호사는 “향후 행정재판 변론에서도 이들이 악의적으로 병역 의무를 기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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