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 KCC 프로농구가 2일 안양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으로 7개월 대장정을 마쳤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이래 가장 늦은 5월2일까지 펼쳐졌다. 종전에는 원년 1997시즌과 2006~07시즌, 2008~09시즌의 5월1일이었다. 다. 어느 때보다 접전이 많고 12월31일 새해맞이 밤샘경기, 올스타전 부산 개최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 한 해였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올스타전까지 포함한 관중은 92만7,754명으로 지난 시즌 102만1,381명에 비해 줄었다.
역대급 챔프전 명승부
정규리그 1위 KGC인삼공사와 3위 서울 삼성의 챔피언결정전은 결과를 떠나 두 팀 모두 아낌 없는 박수를 받을 정도로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일전을 앞두고부터 KGC인삼공사 양희종의 거친 수비에 대해 뜨거운 설전을 펼치며 관심을 끌었던 이번 시리즈는 2차전 때 KGC인삼공사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가 서로의 몸을 한번씩 강하게 밀치는 충돌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었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 충돌은 챔프전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또 KGC인삼공사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챔프전 도중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발목을 다친 키퍼 사익스 대신 마이클 테일러를 영입해 6차전부터 내보냈다. 양 팀의 운명이 갈린 6차전은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경기로 ‘봄 농구’의 정점을 찍었다. 종료 직전 결국 이정현의 손에서 결승 득점이 나왔지만 숨 막혔던 4쿼터 마지막 ‘2분 승부’는 중단 시간 포함 약 20분간 진행될 만큼 손에 땀을 쥐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신인 ‘빅3’
2016년 10월3일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만세를 불렀다. 감정 표출을 잘 하지 않는 ‘만수’ 유 감독이 마치 우승한 것처럼 함박웃음을 지은 이유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2017 신인 시장은 ‘빅3’로 불린 이종현(모비스),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들은 각각 고려대,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신체 조건도 모두 200㎝에 달했다. 하지만 대형 신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슈퍼 루키’ 이종현은 부상 탓에 지난해 12월 뒤늦게 데뷔전을 치렀고, 출전 경기 수도 부족해 신인왕 후보에 들지 못했다. 첫해 성적은 경기당 평균 10.6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해 모비스의 4강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신인왕은 평균 8.2점 4.7리바운드를 올린 강상재가 8.2점 7.2리바운드를 기록한 최준용을 제치고 차지했다. 개인 기록은 최준용이 앞섰지만 저조한 팀 성적(7위)이 발목을 잡았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외국인 선수들
외국인 가드 사익스의 올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익스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퇴출설에 휘말렸다. 처음엔 KGC인삼공사가 모비스와 계약 기간이 만료된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사익스 대신 영입하려 했지만 블레이클리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아 사익스로 계속 갔다. 두 번째는 에릭 와이즈를 데려오기 위해 KBL에 신청서를 냈지만 고민 끝에 사익스를 그대로 끌고 가기로 했다. 반대로 블레이클리는 스스로 KBL을 떠났다. 본인은 모비스에 남고 싶었지만 모비스와 계약 기간 종료 후 복수 구단으로부터 가승인 요청을 받았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 역순에 따라 KGC인삼공사가 우선권을 가졌다. 그러나 블레이클리는 KGC인삼공사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을 향해 “왜 블레이클리를 데려가 우리를 망치게 했나”라고 원망하기도 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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