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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1층에 휴식공간ㆍ식음료 매장…고객도 매출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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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1층에 휴식공간ㆍ식음료 매장…고객도 매출도 잡았다

입력
2017.05.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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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양평점은 半을 할애

책상ㆍ의자에 충전 시설도 마련

분당 AK플라자ㆍ대전 롯데는

햄버거 매장ㆍ케이크 가게 입점

손님들 머무는 시간 늘어나며

주변 매장 매출도 동반 상승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양평점 1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가족 단위 고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양평점 1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가족 단위 고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양평동 롯데마트 양평점 1층 휴식공간 ‘어반 포 레스트(Urban 4 rest)’. 건설업에 종사하는 정모(45)씨는 팔걸이가 있는 쿠션 의자에 반쯤 누운 편안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날 비번임에도 거래처 여러 곳과 회의나 미팅이 잡혀있었던 그는 중간에 시간이 비어 이 매장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벌써 3시간째 커피를 마시면서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내려 받아 보며 휴식 중이었다. 무선인터넷(와이파이)도 무료다. 그는 “집이 1시간여 걸리는 중랑구로 귀가하기 애매한 데다 커피숍을 가도 오래 있으면 눈치 보인다”며 “먹고 싶은 거 사먹으면서 오래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편히 쉴 수 있으니까 쇼핑 귀찮아 하는 남성들이 아내와 같이 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에 와서 쉬면서 쇼핑하라는 취지로 휴식공간을 만들었다”며 “평당 매출, 시간당 매출을 따졌다면 불편한 의자를 배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는 5일 분당점 1층에 뉴욕 프리미엄 버거브랜드로 유명한 ‘쉐이크쉑’ 매장을 오픈한다. 지하 1층 식품관을 5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매장 1층에 과감히 식품 매장을 배치하는 파격을 단행하는 것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집객(集客) 효과가 큰 프리미엄 식음료(F&B)매장 유치를 모색하던 중 서울 외 수도권 상권 입점을 추진하던 쉐이크쉑 매장을 1층에 입점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쉐이크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백화점 최초로 입점하는 만큼 경기 남부권 고객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매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을 확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는 그 전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휴식 공간을 대거 조성하고, 백화점은 유명 뷰티ㆍ패션 브랜드 대신 식음료 매장을 유치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ㆍ모바일 쇼핑을 갈수록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자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살려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기존에 유지해온 통념을 깨는 파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27일 문을 연 롯데마트 양평점이다. 롯데마트는 이 점포 1층 전체 면적 2,310㎡(700평) 중 식품 임대 매장을 제외한 1,287㎡(390평)에 고객이 쉴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쇼파 등을 설치, 약 500명(계단식 좌석 포함)의 고객이 동시에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대형마트 1층은 고객이 처음 마주하는 얼굴과도 같아 대개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 관행을 깬 것이다. 매출을 극대화 하기 위해 진열대 마다 상품을 빽빽하게 늘어 놓은 광경도 1층에선 찾아볼 수 없다.

고객들은 상당히 만족해 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과를 즐기고, 정장 입은 남성 회사원들이 휴식공간 중간에 마련된 기다란 책상에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 과제를 하는 대학생, 책을 함께 읽는 모녀, 편한 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하거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남성 고객도 여럿이었다. 좌석마다 전기 콘센트를 설치하고, 책상에 USB 충전 시설을 별로도 마련해 놓은 걸 보고 “이런 것도 만들어놨네”라고 감탄하는 고객도 있다. 16개월 된 딸을 데리고 휴일 매장을 찾은 안효정(30)씨는 “처음으로 아기와 함께 마트에서 1시간 넘게 있었다”며 “적어도 1층은 (물건을 판매하느라) 정신 없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좋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에 장보는 고객으로 붐비는 시각은 대개 오후 4~8시 인데, 인근 주민은 물론 남성, 인근 회사원 등 다양한 고객이 오면서 방문 시간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 입점한 유명 빵집 '성심당'의 케이크 전문점 '케익부띠끄'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 입점한 유명 빵집 '성심당'의 케이크 전문점 '케익부띠끄'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1층의 파격은 백화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12월 대전점 1층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지역 빵집 ‘성심당’의 케이크 전문점(케익부띠끄)을 선보였고, 2015년 4월에는 분당점 1층에 커피전문점 ‘폴 바셋’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9월부터 강남점 1층에 디저트 카페 ‘라뒤레’를 운영하고 있다. 1층에서도 고객이 백화점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게 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세이부백화점 도코로자와점(니가타현)이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1층 매장을 올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해 지하 1층과 비슷한 규모의 식품매장을 마련하는 실험에 나섰다.

일각에선 이 같은 실험이 과연 효과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장이 유지되려면 실적(매출)을 내야 하기에 결국 효율성(상품 판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양평점을 둘러본 업계 관계자는 “반경 3㎞ 안팎에 약 10개의 대형마트가 몰려 치열한 상권에 대규모 휴식 공간을 조성한 건 굉장한 파격”이라면서도 “차량을 이용해 지하ㆍ지상 주차장을 거쳐 마트에 진입하는 고객도 많아 1층에 대규모 휴식공간을 설치하는 시도가 대형마트 점포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험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한 ‘성심당케익부띠끄’는 이전에 그 자리에 입점했던 구두 매장 보다 구매 고객이 월 평균 1만명 늘어 지난해 월 평균 매출 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집객)’ 효과로 인해 성심당 매장 주변 10여개 브랜드의 평당 매출도 덩달아 평균 10% 증가했다. 롯데마트 양평점도 개점 첫날 매출이 전국 120여개 매장 중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서현선 롯데마트 MD혁신부문장(상무)은 “전체 투자비, 주변 상권 크기, 오픈 효과 등을 고려해 상당히 높게 설정한 목표를 달성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재방문을 계속 유도할 수 있는 기획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에 빠진 유통업계가 경쟁사들의 파격 실험을 예의주시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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