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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방학 아이 맡길 곳 학원뿐… 학부모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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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방학 아이 맡길 곳 학원뿐… 학부모 한숨

입력
2017.05.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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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초교 대부분 재량휴업

맞벌이 등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 영어ㆍ수학 등 학원 전전

일부 학원 “지금 놓치면 안 된다”

3박4일에 60만원대 캠프까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동구의 한 영어학원은 5월 황금연휴에 고등학생반 강의만 진행하려던 수업계획을 지난달 중순쯤 급히 바꿨다. “연휴에 아이 맡길 곳이 없는데 특강이라도 마련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요청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학원측은 이에 따라 초등학교 연휴 특강 3개반(3~5일)을 마련해 10명 정원으로 학생을 모집했다. 사흘간 수강료가 15만원 안팎에 달했지만, 2개반은 모두 찼고, 나머지 1개반도 6명을 채웠다. 이 학원 이모(28) 강사는 “강동ㆍ송파 등 인근 초등학교들이 사흘 가량을 재량휴업일로 두면서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 돈을 들여서라도 아이를 특강에 보내려는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대부분은 5월 연휴에 ‘단기방학’을 실시하고 있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재량휴업을 하루도 하지 않는 초등학교는 전체 601개 학교 중 6곳뿐이다. 재량휴업일은 학교가 자율 지정할 수 있는데, 대개 2,3일을 쉬어 최대 11일(지난달 29일~이달 9일)의 단기방학을 하는 학교도 있다.

상당수 맞벌이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의지한다. 단기방학에 출근하는 날이 많아 아이를 혼자 집에 두기 불안하지만 대안이 없는 탓이다. 독서교육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이 3월 말 학부모 6,3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61%)이 ‘황금연휴가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반갑지 않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 혼자 집에 있을 것 같아서(46%)’였다. 초3 아들을 둔 송모(36)씨는 “아이 학교가 1, 2, 4일을 재량휴업일로 결정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 오전 영어, 오후엔 수학 학원에 연달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가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이나 양천구 목동 등지 학원들은 3월부터 ‘황금 단기특강’이라며 홍보를 한 덕에 일찍이 수강신청을 마감했다. 대체로 매일 3~6시간씩 집중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들은 많게는 하루 20만원 이상을 수업료로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육업체는 이 기간을 활용해 각종 고액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E종합학원의 경우 ‘학습동기 훈련’ ‘지식활용 비법전수’ 등의 이름으로 3박4일 간 캠프를 운영하면서 60만원대 참가비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4주 넘게 걸리는 학습 습관 형성을 단 4일 만에 가능토록 집중 훈련 한다” “단기방학으로 여름방학이 짧아질 수 있어 지금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등의 불안마케팅으로 학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

사교육비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또 다른 초3 학부모 오모(39)씨는 “사흘에 21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만 형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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