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을 꺾어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20일 중국 저장성(浙江省) 우전(烏鎭)에서 세계 바둑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과 맞붙는다. 이번 대국의 우승 상금은 150만달러(약 17억원). 커제는 우승 상금과 별도로 30만달러(약3억4,000만원)의 출전료를 이미 챙겼다.
커제와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알파고는 세계 AI 바둑계의 최강자다. 알파고는 이세돌 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프로 바둑기사와 알게 모르게 60전 대국을 벌여 한 번도 지지 않고 모두 이겼다.
과연 알파고의 승리 비결은 무엇일까. 목진석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알파고의 과거 주요 전적을 시리즈로 분석해 봤다. 이를 위해 한국일보는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기 쉽게 볼 수 있도록 독자 개발한 ‘움직이는 기보’를 통해 알파고가 각 대국에서 보여준 회심의 일격을 재현했다. 첫 번째로 지난해 12월31일 알파고가 바둑사이트 한큐바둑에서 김정현 6단을 상대로 거둔 승리를 분석했다.
한ㆍ중ㆍ일 프로기사와 ‘60전 전승’ 기록한 알파고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국 이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며 바둑계 고수들을 상대했다. 지난해 말 한국의 한 인터넷 바둑사이트에 등장한 아이디 ‘매지스터’, 올해 1월 초 중국의 한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활약한 아이디 ‘마스터’는 모두 알파고였다.
사실 커제는 이때 패배한 전력이 있다. 그는 마스터 아이디를 쓴 알파고와 3번 싸웠으나 내리 졌다. 커제 뿐만 아니라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도 ‘매지스터’ 아이디를 쓴 알파고에게 5전5패했으며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도 한 판 대국에서 완패했다.
알파고가 벌인 60전 전승은 한, 중, 일 프로 바둑기사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이세돌과 가진 시합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특히 60전 가운데 대부분이 170수 안팎에서 상대가 더 이상 수를 둘 수 없어 항복하는 불계승이었다. 이를 두고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AI 뿐만 아니라 사실상 바둑계를 평정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만큼 알파고는 이세돌과 시합을 가졌을 때보다 더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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