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축구 신동’이 훌쩍 성장해 오랜 만에 팬들 앞에 섰다. ‘슛돌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강인(16ㆍ발렌시아)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대표팀 26명이 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이강인이었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구단 발렌시아CF 유소년 소속이다. 올해 만 16세로 U-18 선수들보다 두 살 어리지만 월반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강인은 2007년 방영된 TV 프로그램인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어린 아이답지 않은 놀라운 실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축구 선수로 더 큰 꿈을 꾸며 2011년 11월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 입단해 실력을 쌓았다. 올해 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러브 콜을 받아 또 한 번 큰 화제를 모았지만 2019년까지 발렌시아에 남기로 했다.
이강인은 훈련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와서 좋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러 온 게 더 기쁘다”며 “나이 많은 형들과 훈련하는 만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잘하고 스페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스페인 생활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나라에서 축구를 배우고 있어서 기쁘다”라며 “생활도 잘하고 축구도 잘 배우고 있다. 어릴 때 실력이 좋다고 칭찬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U-20 대표팀에서 뛰는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전날 “이강인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선수다. 국가대표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칭찬한 것에 대해서도 “(이)승우 형은 스페인에서도 유명한 선수고, 축구를 잘한다”라며 “U-20 월드컵에 나서는 형들이 경기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이강인은 인터뷰 내내 수줍어하면서도 “저도 한국 사람인 만큼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 열심히 스페인에서 훈련해서 앞으로 형들과 함께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갈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강인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가 한국으로 가면 크게 주목 받을 것으로 보고 지난 달 말 대한축구협회에 인터뷰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발렌시아는 구단 정책상 18세 이하 선수의 개별 인터뷰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발렌시아 구단과 상의한 뒤 대표 발탁 소감만 전하는 수준에서 짧은 인터뷰를 허용했다.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도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 감독은 “이강인은 이제 16세다. 국가대표팀 경력의 첫 페이지를 쓰고 있다”라며 “이강인에게 ‘주변 분위기를 신경 쓰지 말고 좋은 경험과 추억을 가져가라’고 이야기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으나 훈련을 해가면서 이강인의 장단점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보다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게 장점이다. 이강인이 팀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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