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수반ㆍ트럼프 회담 앞두고
‘이스라엘 파괴’ 뺀 선언문 발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노선을 완화한 실용적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하마스 경쟁 정파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이틀 앞두고 발표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고토(故土) 점령에 맞서는 저항단체로 팔레스타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은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칼리드 마슈알이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한 정책선언문은 1988년 제정된 ‘하마스 헌장’ 중 이스라엘을 파괴 대상으로 지목한 대목을 뺐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팔레스타인 잠정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중해에서 요르단강 사이 이스라엘이 포함된 팔레스타인 고토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하마스 헌장의 목표를 사실상 포기하고 팔레스타인의 국제정치적 현실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선언문은 또 “하마스의 무장투쟁을 약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면서도 자신들의 투쟁 대상은 전 유대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시온주의 침략자들이라고 밝혀 강력한 반유대주의를 천명한 하마스 헌장과는 차별화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런 정책전환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 이스라엘군 정보담당자 요씨 쿠퍼와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자신들이 모든 팔레스타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하마스 헌장 수정 의미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폄하했다. AP통신은 아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공무원 임금 삭감과 전력 공급 차단 등으로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에 선언문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