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 2위 SBI, OK저축은행
금리 적정성 점검 사례 없어
신용등급, 상환력 상관 없이
최고금리 年 27.9% 적용까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2월 급전이 필요해 B저축은행으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신용등급 5등급인 그에게 적용된 대출금리는 최고 금리인 연 27.9%였다. 그러나 신용등급 5등급은 통상 연 15~20% 수준의 금리가 적용된다. B저축은행이 엿장수 맘대로 A씨에게 고금리를 매긴 뒤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출 금리를 산정해 온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일 차주별 신용도와 상환 능력 등에 따라 대출 금리를 차등화하지 않은 14개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직접 조치는 아니지만 문제가 있으니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다. 해당 저축은행은 SBIㆍOKㆍJT친애ㆍHKㆍOSBㆍ고려ㆍ모아ㆍ스마트ㆍ아주ㆍ인성ㆍ페퍼ㆍ현대ㆍ예가람ㆍ웰컴저축은행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저축은행은 그 동안 차주의 신용도나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 식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운영해 왔다. 법정최고금리인 27.9%를 일괄 적용한 뒤 사후에도 대출금리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전혀 점검하지 않았다. 2014년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에 따라 저축은행도 차주별 대출금리를 원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제멋대로’ 산정해 왔다는 얘기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산출된 금리와 운용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한 사례가 없었다. 또 7개 대출상품을 판매하면서 6등급 이하 하위 신용등급 차주에 대해 일괄적으로 연 27.9% 법정최고금리를 부여했다. 광고비, 인건비 등 업무원가 산정을 위한 관련 비용의 범위 등도 제멋대로였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경우 대출원가가 수 차례 변동됐는데도 주기적으로 금리의 적정성을 점검한 적이 없었다. 재산정돼야 할 대출 금리가 조정되지 않으면서 출시 당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됐다. 또 대출 손실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데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OBS저축은행은 목표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신용대출 금리 산정 시 차주의 금리를 무조건 과도하게 산정하다 적발됐다. 특히 대출이 불가능한 일부 신용등급의 차주에 대해서도 조정금리 조정 등의 편법을 동원해 법정 최고금리인 27.9%로 대출을 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14개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대출모집인들의 불공정행위를 용인해 온 점도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대출모집인이 아닌 사람이 버젓이 저축은행 이름을 사용한 사실을 묵인하거나, 등록 대출모집인이 아닌 제3자에게도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다단계 모집행위 정황까지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14개 저축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금리산정 체계 개선과 대출모집인의 다단계 모집 등 불건전 영업관행을 개선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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