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대응 강력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잇달아 긍정적으로 표현하자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칼럼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비용 요구 발언 등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거친 표현을 일삼았던 언사와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WP 오피니언 페이지 편집자인 칼럼니스트 크리스찬 카릴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량학살 설계자에게 아첨하는 단어를 찾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카릴은 “김정은은 매우 똑똑한 녀석”, “고모부(장성택) 등 많은 사람이 권력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등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우호적으로 표현한 발언들을 지적했다. 카릴은 방송 보도, 각종 보고서 등을 통해 실상이 드러나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악랄한 현실에 이 정도로 무지한 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첨(flattery)하는 행위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세습받았다는 점, 고모부 등이 권력을 빼앗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공개적으로 체포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릴은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6대 무역 상대국이자 민주국가인 한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욕에 가까운 말을 서슴지 않으며 책망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협상(한미FTA 재협상 등)을 앞두고 모욕으로 기선을 장악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해도 김정은을 만나는 일에 꼭 ‘영광스럽다’와 같은 표현을 써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을 드러낸 이번 발언은 “정말 너무 나갔다”(really gone too far)고 지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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