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약속한 게 엊그제인데…
주머니 털어서라도 보수 혁신”
소속 의원 13명의 탈당으로 2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은 통탄했다.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팽개치고 다시 패권정치로 회귀하는 탈당파를 향한 원망어린 시선에는 비장한 각오도 서려 있었다. 잔류파 의원들은 “보수 재건을 위해 소수정예로 똘똘 뭉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의 최측근인 이혜훈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 행보에 대해 “지지율이 좀 안 나온다고 잘못된 길로 돌아가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에서 ‘꽃보직’을 준다든지 하는 제안을 했다는 여러 소문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통스럽고 외롭지만 보수가 영원히 살기 위해 개혁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며 “교섭단체가 안되더라도 당사와 당 직원 월급 등을 위해 우리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같이 가자고 뭉쳐있는 상태”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신환 의원도 “진짜 보수, 바른정치를 하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한 게 엊그제인데 어떤 변화도 명분도 없이 한국당과 야합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선거를 두 번이나 낙선한 경험을 통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가장 먼저 옛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김용태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취지는 여전히 옳고 유효하다”며 “제대로 된 보수를 세워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는 여전히 바른정당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완주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정당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동료 의원들과 함께 유 후보와 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3자 단일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당 잔류로 마음을 굳혔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난다(山非離俗 俗離山)”는 글을 올리며 “보수혁신이라는 험준한 산 오르기를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11일째 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고 있는 이학재 의원도 “탈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후보가 완주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으로서 끝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유승민 후보를 흔들던 탈당파의 이탈에 도리어 앓던 이 빠진 기분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유 후보 측근 의원은 “어차피 그들이 있어도 선거 방해만 했는데 이제 선거 방해꾼이 없어지니 속 시원하다”며 “우리끼리 똘똘 뭉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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