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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그릇에 담았던 건 밥이 아니라 삶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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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그릇에 담았던 건 밥이 아니라 삶의 의지”

입력
2017.05.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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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독거노인 위한 ‘밥퍼’

29년 만에 1000만 그릇 돌파

운동 처음 시작한 최일도 목사

“새 정부 출범 땐 북한도 갈 것”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다일공동체 '밥퍼나눔' 1,000만 그릇 돌파를 기념하는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가 열린 가운데 최일도(가운데)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다일공동체 '밥퍼나눔' 1,000만 그릇 돌파를 기념하는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가 열린 가운데 최일도(가운데)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0만 그릇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한 분을 위한 한 그릇’에서 시작했을 뿐입니다. 그 정신을 절대 잃지 않겠습니다.”

‘밥퍼 나눔 운동’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는 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8년 최 목사가 시작한 밥퍼 운동으로 불우이웃들에게 전달된 식사가 이날로 1,000만 그릇을 넘어섰다. 햇수로 30년 만에 이뤄 낸 성과다.

지금이야 노숙인 등 굶주린 이웃들을 위한 봉사라는 점이 널리 알려졌지만, 초창기엔 괜한 의심 꽤나 받았다. “노숙자들 한데 다 모아 놓으면 ‘남조선에 거지 많다’는 선전에 악용되니 김일성 좋은 일만 시킨다는 소리, 정보과 형사들에게 엄청 들었습니다. 허허허.”

최 목사가 이 운동을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날짜도 안 잊어요.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 역 앞을 지나는데 나흘을 굶다 쓰러진 함경도 출신 할아버지가 계셔서 설렁탕을 사 드렸습니다. 그때 전 독일 유학까지 예정된 신학생이었는데 ‘이런 분들을 놔두고 무슨 유학인가’ 하는 생각에 모두 접었습니다.”

최 목사는 그 다음 날부터 청량리역 앞에서 밥을 푸기 시작했다. 밥을 받아 소중한 한 끼를 해결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수십 명, 수백 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하루 1,00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자원봉사자만 해도 지금까지 연인원 50만명에 이른다.

1,000만그릇 돌파 기념으로 이날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는 ‘오병이어(五餠二魚)’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 맨 앞자리에는 이차술(61) 할아버지, 이종순(76) 할머니 같은 분들을 모셨다. 이 할아버지는 노숙인 생활 17년 가운데 15년을 밥퍼 운동에 신세를 졌다. 밥퍼 운동의 자원봉사자로 변신한 이 할아버지의 지금 목표는 15년의 두 배인 30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어릴 적 버림받아 출생신고조차 없었다.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이제서야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이 할머니는 이번 대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 최 목사는 “다시 서기에 성공하신 이런 분들 덕분에 제가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분들”이라며 기뻐했다.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봉사 시작 몇 해가 안 되어 마음의 위기가 닥쳐 왔다. “노숙인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업고 뛰어가면 안 받아 줘요. 제 등에 업힌 채로 죽은 사람들 많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이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구나, 연명하게 해 주는 것 빼곤 내가 이런다고 무슨 도움이 되는가, 심각한 회의에 휩싸였습니다. 잠깐이나마 몰래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이 때 괴로움은 1992년 병원 설립을 위한 모금운동으로, 2002년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 다일천사병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지금 목표 가운데 하나는 북한 돕기 운동이다. “밥퍼 운동은 지금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세계 10개국 17개 분원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정작 가장 가까운 북한은 못 갔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무조건 북한 동포들 밥 먹이기 운동부터 벌일 겁니다. 구호도 정해 뒀습니다. ‘밥이 평화다’ ‘밥부터 나누세’, 어떻습니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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