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보수 결집 움직임에 민주당 ‘심상정 경계령’
우상호 ‘힘 있는 정부 위해선 압도적 지지 필요’
정의당 “오만하고 졸렬한 갑질” 비판 신경전 고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잠자코 지켜만 보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2일 ‘심상정 경계령’을 내리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이 “정의당은 다음에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집토끼 표심 단속에 나서자, 정의당이 곧장 “오만하고 졸렬한 갑질”이라고 맞받으며 두 당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심 후보의 지지율 선전에도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은 다를 것이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등 보수 결집 움직임이 엿보이자 바로 단속에 들어갔다. 이날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심 후보가 11.4%를 얻어 대선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이 확실하니 이번엔 진보적 후보에 투표하자는 흐름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다”며 “정의당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괜찮으니, 문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 개혁 동력을 만들어 달라고 주 지지층에게 호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힘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선 압도적 지지가 필요한데 보수가 뭉치고 있는 만큼 진보도 분열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정의당은 “케케묵은 사표 심리를 자극 말라”며 발끈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 기반은 20대, 청년, 무당층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과는 관련이 없다”며 “어리석고 오만한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박원석 정의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큰 덩치를 내세우는 갑질 정치”라며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과연 스스로가 민주주의자인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의당은 차기 정부가 개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심 후보가 2등이 돼야 한다는 이른바 러닝메이트 논리도 내세웠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홍준표 후보가 되면 (개혁이) 위험하고, 안철수 후보도 골치 아프지 않겠냐”며 “심상정이 돼야 가장 안정적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전병헌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심 후보를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홍 후보를 중심으로 한 국정농단 세력의 정권연장 부활 조짐에 대한 경계령을 내리고, 정권교체 열망층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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