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장애인 된 서정석씨
500회 헌혈로 이웃사랑 실천
“몸이 성치 않은 나보다 더 어렵고 절박한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헌혈하러 가는 길이 마냥 행복합니다”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헌혈의집 성안길센터에서 500회째 헌혈을 한 서정석(62)씨는 한쪽 팔을 사고로 잃은 장애인이다.
그는 젊은 시절 지독한 가난 때문에 충동적으로 자살을 기도했다. 1977년 청주에서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든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28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왼쪽 팔을 잃고 말았다.
생사를 오가는 기로에서 그는 혈액 부족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연기해야 했던 상황을 겪으며 헌혈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피부로 깨달았습니다. 다시 건강해진다면 피를 나눔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사고 후 5년여 동안 몸을 추스른 서씨는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년에 5~6회 헌혈을 하다가 수 년 뒤 건강을 완전히 되찾은 후로는 2,3주에 한 번 꼴로 거르지 않고 헌혈의 집을 찾고 있다.
이렇게 이어온 헌혈 봉사가 올해로 35년째를 맞았다. 서씨의 500회 헌혈은 충북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그는 “헌혈 정년인 만 69세까지 헌혈을 계속해 600회를 채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씨는 “헌혈이야말로 이웃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으뜸 봉사활동”이라며 “최근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많은 시민들이 헌혈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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