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2040 등 예정된 퇴직시점
다가올수록 주식 줄이고 채권 늘려
올해 들어 1140억 TDF 시장 유입
대기업에 다니는 황모(46)씨는 지난해 4월 4개의 펀드에 한꺼번에 가입했다. 은퇴 전까지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예ㆍ적금에 돈을 묶어두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았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투자금을 잃을까 노심초사할 때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펀드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가 선택한 펀드는 타깃데이트펀드(TDFㆍTarget Date Fund)였다. 은퇴 시점에 따라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자동적으로 배분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황씨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7~8%. 그는 “복잡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배분해주는 데다 수익률까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은퇴 시점과 연령대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수익을 올리는 TDF가 각광받고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확인되고 가입자가 몰리면서 자산운용업계도 관련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질 전망이다.
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1일까지 TDF 시장에는 1,14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1월 31억원, 2월 80억원에 이어 3월 709억원 등 급성장 추세다.
TDF는 은퇴시점이 멀수록 주식 비중이 높은 공격적 투자를,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한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연금상품이다.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좇고 있다. 통상 펀드 이름에 2030, 2040, 2045 등과 같이 은퇴 시기를 담고 있다. 투자자마다 은퇴 시기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각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정하면 사전에 정해진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자동 운용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 있는 노후 대비 금융투자상품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선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TDF 상품 판매에 나서 판을 키우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출시한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설정액은 이미 지난달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인의 생애 주기를 분석한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글로벌 운용사인 미국 캐피탈 그룹과 공동 제작했다. 은퇴시점에 따라 한국형 TDF 2015(2015년부터 은퇴자금을 받는다는 의미),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등 7개 펀드를 선보였다.
예컨대 은퇴시점이 28년 남은 ‘삼성 한국형 TDF 2045’의 경우 현재 주식 투자 비중은 79~80%에 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 비중이 줄어 은퇴 5년 전인 2040년에는 42% 수준으로 감소한다. 주식 비중이 줄어든 만큼 채권투자 비중은 늘어난다. 장기 투자인 만큼 투자하는 주식과 채권도 성장주나 신흥국 채권 등 공격성이 강한 투자 상품 비중이 높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의 편의성에 더해 안정적 성과가 이어지면서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이 지난 3월 출시한 ‘TDF알아서펀드’도 불과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설정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은퇴자산의 성과와 관리를 위해 자동 투자, 자동 포트폴리오 조정, 자동 위험관리 방식으로 7개 시리즈 상품을 출시했고 현재 3%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배분형TDF 2025년, 2030년 등 총 11개의 TDF를 운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수탁고가 200억원 안팎에 이른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TDF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B운용은 미국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신한BNP파리바는 멀티에셋솔루션과 각각 손잡고 TDF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자산운용도 연내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2030, 2040 등 은퇴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위험성향에 따라 채권보다 주식 비율을 높이고 싶다면 그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격적 성향이라면 현재 주식 비중이 큰 2040, 2045 등에, 안정적 성향이라면 현재 채권 비율이 높은 2020, 2025 등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주목적인 만큼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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