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더 거칠어져 막말 논란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포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입이 더 거칠어지고 있다.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다. 먼저 이목부터 끈 뒤 이미지 반전을 노리는, 전형적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이다. 탄핵 국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극단화하는 보수층이 우리 사회에 적잖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1일 논평을 통해 “4월의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홍 후보가 입안에 독을 머금은 듯 막말을 쏟아냈다”고 맹비난했다. 홍 후보가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유세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에 “에라 이 도둑놈들의 XX들이 말이야”라고 반격하고, 이튿날 인천 유세에서는 언론을 상대로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X들을 많이 한다”고 욕설한 사실을 겨냥해서다.
홍 후보의 막말 물의가 새삼스럽진 않지만, 대선 출마를 마음먹은 뒤에는 정도가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3월 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가 빈축을 샀다. 일주일 뒤엔 대학 시절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성범죄를 모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도 홍 후보 지지율은 꾸준히 올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심지어 여성 지지율 상승폭이 더 크다. 한국갤럽의 4월 첫 주(4~6일)와 마지막 주(25~2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후보 지지율이 7%에서 12%로 5%포인트 오를 동안 여성 지지율은 7%포인트나 솟았다(5%→12%).
홍 후보 지지율의 토대는 관심도다. 튀는 언행으로 화제를 만들고 TV토론을 통해 효과를 증폭시켰다. 실제 매일경제ㆍ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공동 조사한 ‘대선 빅데이터 여론’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1차 TV토론 직후 홍 후보의 화제성 점유율(인터넷상 관심도)은 4.24%에서 21.12%로 비약했다.
이렇게 끌어올린 인지도를 호감도로 전환하는 게 홍 후보 전략이다. 먼저 자기 막말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포장하고 이게 안 되면 곧바로 치고 빠지는 방식이다. ‘자살’이란 표현이 논란을 빚자 ‘극단적 선택’으로 바꿨고, ‘설거지는 여자가’ 발언도 “스트롱맨이라서 센 척하려 한 말”이라고 눙쳤다.
전문가들은 홍 후보의 노림수가 적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류웅재 한양대 교수는 “홍 후보의 인기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러스트 벨트’ 백인 남성 노동자들처럼 소외된 다수가 국내에도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경 보수층만이라도 확실히 결집, 강력한 야당 노릇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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