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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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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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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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무역협회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에서 경제 문제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정부 주도 경제로 경기 회복 나라 없어

경제는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성장률 목표 제시 말고 질적ㆍ구조적 정책에 집중

일자리는 IT 등 고부가 산업에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경제정책은 철저히 시장에 맡겨 이뤄져야 합니다.”

김인호(75)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일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를 회복한 사례가 전세계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에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상법ㆍ법인세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 방안으로 기업들을 규제하기 보다는 차기 정부에선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활동에 대해 철저히 자율원칙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재 미국의 10대 기업 중 대부분이 지난 20년 동안 새롭게 등장한 기업들인 반면 우리나라에선 같은 기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건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밖에 없다는 사실도 정부가 강한 규제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각 대선후보들이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대응 분야 공약이 차기 정부에서 꼭 실현돼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신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 물결을 우리나라가 타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0.5%에 달하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제조업이 아닌 사물인터넷(IoT)과 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선후보들의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다. 차기 정부에서 바람직한 재벌개혁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규제가 강화돼도 재벌들은 그들 고유의 자금력, 로비 등을 통한 규제 회피가 가능해 이를 막기 위한 기존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산업 성장만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때문에 차기 정부에선 재벌 관련 문제와 관련해 시장의 판단에 맡겨둘 부분과 정부가 개입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경영권 세습과 기업 거버넌스 등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 기업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인위적인 규제 장벽 대신 공정한 게임 룰이 지켜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대표이사 연대보증의 폐지 등 기업의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황제경영 단절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상법개정안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데.

“상법개정안이 소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상법개정안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몸집이 커진 1980년대부터 재벌 규제를 시작해 현재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규제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완화된 징후는 없다. 국내 30대 기업의 제조업 내 비중은 1988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 증가했다. 재벌 규제로 보호 받은 기존 산업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한 전례도 전무하다. 결론은 차기 정부에선 재벌개혁은 규제 개입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 역시 공정경쟁 환경에선 기업의 필요에 따라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법인의 소득은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치환된다. 국가의 세금 부과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개인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법인세가 높으면 기업들은 굳이 우리나라에 회사를 둘 필요가 없어진다. 차기 정부에서 법인세를 매길 때는 국가 경제나 법인의 경쟁력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2%대 저성장으로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차기 정부에서 집중해야 할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제조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 바이오헬스, 항공ㆍ우주 등 우리나라의 신성장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7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5%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선 기술 혁신과 융합을 통해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 신성장산업 분야의 수출입 동향과 국제경쟁력 진단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를 위해 차기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이며 국회의 역할은.

“차기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선 차기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양적 성장 정책보다는 질적, 구조적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노사문제도 노동의 수요공급이라는 경제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정규직 강화로 경직돼 있어 기업들이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한국 경제가 다시금 도약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서비스 고용 비중을 지금보다 2.5%만 높여도 64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제조업만으로 고용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담=장학만 산업부장 trendnow@hankookilbo.com

정리=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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