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간) 토트넘과 아스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가 열린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 한 아스날 팬은 ‘mind the gap’이라는 손 팻말을 높이 들었다. 본래 뜻은 역에서 플랫폼과 지하철 사이 간격을 조심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은 올 시즌 토트넘이 아스날보다 선전하고 있지만 과거를 통틀어 살펴보면 아직 따라잡기 멀었다는 의미로 쓴 것이었다. ‘북런던 더비’라 불리는 두 팀의 라이벌전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팬들의 충돌을 우려해 반드시 한 낮에 경기가 벌어질 정도지만 성적 면에서는 아스날이 크게 앞선다. 아스날은 지금까지 13번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반면 토트넘은 2번에 불과하다. 아르센 벵거(68) 감독이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단 1년의 무게는 지난 20년과 다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 때문에 아스날의 자존심이 더욱 구겨진 모양새다.
토트넘은 후반 10분 델레 알리(21)의 선제 결승골에 이어 3분 뒤 해리 케인(24)이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아스날을 홈에서 2-0으로 침몰시켰다.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25)은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득점은 올리지 못하고 20호 골 기록을 다음으로 미뤘다. 손흥민이 후반 23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찬 공이 상대 알렉시스 산체스(29)의 팔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그는 후반 34분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사 뎀벨레(30)와 교체됐다. 토트넘은 4경기를 남겨 놓은 가운데 승점 77로 2위, 5경기가 남은 아스날은 승점 60으로 6위다. 토트넘이 나머지 경기를 모두 지고, 아스날이 전승을 해도 순위는 역전되지 않는다. 토트넘이 아스날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 건 1994~95시즌(토트넘 7위ㆍ아스날 12위) 이후 22년 만이다. 선두 첼시(승점 81)에 승점 4 뒤진 토트넘은 역전 우승 희망도 이어갔다.
반면 아스날은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위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차가 6으로 벌어졌다. 만약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가면 20년 만의 일이다. 아스널은 1998~99시즌부터 19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았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 토트넘에 시즌 성적이 밀린 것을 두고 “(22년의 시간 동안) 통계적으로 한 번은 일어나는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아스날 팬들의 벵거 퇴진 운동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우리는 벵거를 믿는다’ ‘벵거가 남길 바란다’는 현수막이 여럿 등장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토트넘 팬이었다. 내년에도 벵거가 팀을 지휘해 지금처럼 부진하길 바란다는 조롱이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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