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 ‘심찍안’ 견줘보는 유권자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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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찍문’ ‘심찍안’ 견줘보는 유권자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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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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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기울면 사표 방지ㆍ호각세 땐 결정권 행사 심리

판세 달랐던 15ㆍ17대, 전략적 선택 비중은 8% 유지

장미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고 뜨거워진 유세장을 찾는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공약을 들으며 저마다 '마음 속 대통령'을 정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각 당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의 선글라스에 유세장면이 담겼다. 연합뉴스

투표일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변화무쌍한 19대 대통령선거 표심을 두고 ‘전략적 투표’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유권자들이 자기 자신의 선호도보다 상황 논리에 따라 투표 대상을 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 ‘유찍문’(유승민 찍으면 문재인 당선), ‘심찍안’(심상정 찍으면 안철수 당선) 등 특정 후보 캠프의 선전 도구로도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는 유행어는 이런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특히 부동층이 20%가 넘는다는 분석 속에서 각 후보들은 막판 ‘전략적 유세’에 더욱 열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5명의 후보가 다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19대 대통령선거에선 자기 자신의 선호도보다 상황 논리를 중시하는 전략적 투표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일어날 전망이다. 27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백령도로 보낼 대선 투표함을 여객선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전략적 투표의 심리

학계에 따르면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사표(死票) 방지 투표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을 때 자기 표를 승리가 확실한 후보에게 주는 행위다. 다른 하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ㆍ결정표)로, 지지 후보 대신 당선권에 든 후보 중 하나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지지율 1위 후보와 여타 후보 간 우열이 분명한 상황에서 자기 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투표 행위가 전자라면, 후자는 유력 후보가 2명 이상 경쟁하는 구도에서 특정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는 계산 아래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사표 방지 투표는 ‘차선’, 캐스팅보트는 ‘차악’에 해당하는 후보를 각각 택하는 행위인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유권자의 선택이 이번 대선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역대 대선을 전례 삼아 전략적 투표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수준으로 이뤄져 왔는지 전반적 경향성은 가늠해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조사ㆍ통계 전문 학술기관인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대선 직후마다 시행해온 ‘유권자 의식조사’ 중 15~18대 대선 관련 통계를 대상으로, 관련 설문 항목을 골라 응답 결과를 분석했다. 선택된 항목은 ▦지지 후보를 바꾼 경험이 있는지 ▦바꾼 이유는 무엇인지 ▦처음 지지했던 후보와 실제 투표한 후보는 누구인지 등이다.

20%는 표심 바꾸고 8%는 전략투표

분석 결과 역대 대선에서 실제 투표한 유권자 중 20%가량은 처음 지지하던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8대 대선 투표자의 지지 후보 변경 비율(9.6%)은 이전 세 차례 대선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료: KSDC ‘대통령선거 유권자 의식조사’>

이들 가운데 전략적 계산에 기반해 표심을 바꾼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분석했다. 지지 후보를 변경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는 조사 항목 중 전략적 투표와 관련된 2개 선택지(①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어서, ②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의 응답 비율이 분석 대상이다. 두 선택지를 앞서 언급한 전략적 투표 유형과 대조한다면 ①번은 사표 방지, ②번은 캐스팅보트 행사를 위한 전략적 투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지지 후보를 바꾼 투표자 가운데 전략적 투표 비율은 17대 대선이 42.3%(①사표 방지 32.9% + ②캐스팅보트 9.4%)로 가장 높았고, 15대 대선이 37.3%(①25.0% + ②12.3%)로 두 번째였다. 표심 변경 여부를 불문하고 전체 투표자 대비 전략적 투표자 비중을 계산하면 17대 8.0%(지지 후보 변경 19.0% × 전략적 투표에 따른 변경 42.3%), 15대 7.9%(21.1% × 37.3%)가 나온다. 평균적으로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100명 중 8명은 '본심'을 숨기고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15~18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17대 대선을 제외하면 1, 2위 후보 득표율 차이가 1~3%대에 불과했던 만큼 전략적 투표의 비중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주목할 사실은 15대와 17대 대선은 판세가 판이한 선거였음에도 전략적 투표 비율은 엇비슷했다는 점이다. 15대 대선은 이회창-김대중-이인제 후보의 3파전 속에 득표율 1.53%포인트 차이로 당선자(김대중)와 차점자(이회창)가 갈린 접전이었다. 반면 17대 대선은 이명박 후보가 시종일관 일방적 우세를 보이며 2위(정동영)보다 22.53%포인트 앞선 득표율로 여유 있게 당선됐다. 이러한 상반된 상황에도 15대 대선에서는 캐스팅보트 지향 투표, 17대 대선에선 사표 방지 투표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일어나면서 전략적 투표의 전반적 수준은 유지됐다.

그림 2<자료: KSDC ‘대통령선거 유권자 의식조사’>

16대 대선은 지지 후보 변경 비율이 20.3%로 직전ㆍ직후 대선과 비슷했지만 전략적 투표 비율은 17.2%(①13.8% + ②3.4%)로 낮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시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 성향이 다른 대선에 비해 약했다고 속단하긴 어렵다. 당시엔 지지율 1위 이회창 후보에 맞선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로 인해 ‘1강 2중’이던 판세가 노무현-이회창 양강 구도로 전격 재편되면서 전략적 투표의 여지가 대폭 줄어든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자구도일 때 전략투표 활발

15~17대 대선과 18대 대선 사이에 전략적 투표 비율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다른 군소후보에 비해 득표율이 월등한 ‘중위권 후보’의 존재 여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표 방지를 위해서든 승부의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든 전략적 투표는 결과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집중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당선권 바깥의 지지율이 높을수록 표 이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 5% 이상 후보가 5명에 이르는 이번 대선은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표 유동성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높을 공산이 크다.(▶관련기사)

실제로 15~17대 대선은 여당과 제1야당 출신의 양강 후보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득표력을 갖춘 중위권 후보가 존재했다. 15대 대선에선 이인제(득표율 19.20%) 후보, 17대 대선에선 이회창(15.07%) 문국현(5.82%) 권영길(3.01%) 후보가 활약했다.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로 중도 사퇴한 정몽준 후보와 권영길(3.89%) 후보가 있었다. 반면 18대 대선은 박근혜(51.55%)-문재인(48.02%)을 제외한 후보 4명의 득표율이 최고 0.17%에 불과했다.

이들 중위권 후보는 예상대로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로 인해 많은 표를 잃었다. 사표 방지, 캐스팅보트 행사를 위해 지지 후보를 바꾼 투표자를 대상으로 처음 지지한 후보와 최종 선택한 후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15대 대선에선 전략적 투표를 통해 이동한 표 가운데 62.0%가 이인제 후보로부터 이탈했다. 16대 대선에선 권영길(50.0%) 후보, 17대 대선에선 문국현(42.9%) 이회창(27.0%) 후보가 전략적 투표에 따른 최대 피해자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전략적 투표에 따른 이탈 표의 후보별 비율<자료: KSDC ‘대통령선거 유권자 의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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