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판결이 난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8년 만에 재심을 받는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황병호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박모(54)씨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박씨와 경찰의 진실공방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2009년 6월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받았다. 박씨가 술김에 차에서 내려 왜 차를 세우냐며 항의하자 박모 경장이 오른쪽 팔이 뒤로 꺾이며 넘어질듯한 자세로 비명을 질렀다. 이 장면은 동료 경찰관이 촬영하던 캠코더에 그대로 찍혔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되자 박씨는 “경찰관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혼자서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고, 항소ㆍ상고가 연속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 아내는 “남편이 경찰관 팔을 꺾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씨는 아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관 폭행을 부인했다가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위증재판 항소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질을 개선한 동영상 등을 근거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새롭게 제시된 동영상을 보면 박씨의 자세로는 박 경장의 팔을 꺾어 몸을 숙이게 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며 “박 경장과 동료 경찰관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신빙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결을 근거로 박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박씨 부부는 큰 가구점을 운영하다 충북 충주로 귀농한 지 1년 만에 이 사건을 겪으며 농부의 꿈을 접었다. 현재 박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교사였던 부인은 파면돼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충주=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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