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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빌미로… 방위비 분담 ‘파이’ 키워 덤터기 씌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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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빌미로… 방위비 분담 ‘파이’ 키워 덤터기 씌울라

입력
2017.05.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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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가 26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배치 장소인 경북 성주군 골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드의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가 26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배치 장소인 경북 성주군 골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짜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언에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전화 통화를 갖고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란 기존 한미간 합의를 재차 확인했지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비롯한 안보 비용에서 덤터기를 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방위비분담금 체계에선 미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직접 얹어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은 적다. 주한미군이 도입하는 무기는 방위비분담금 항목에 아예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1년 한미간 특별조치협정(SMA)에 따라 지불하는 분담금은 인건비와 군사시설개선, 군수지원의 3가지 항목으로 나눠 계산된다. 인건비는 주한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고 군사시설개선 비용은 탄약고, 막사 등 전투ㆍ비전투 시설의 건설비가 해당한다. 인건비와 군사시설 개선에 전체 분담금의 각각 40%가 사용된다. 나머지 20%는 철도, 차량 등 수송과 용역, 장비정비 등 군수 지원에 투입된다. 이에 비춰보면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직접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분담금은 9,441억원이다. 다만 사드 배치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국인 군속의 고용을 늘리고, 주변시설 정비와 군수물자의 원활한 보급에 추가 비용을 들인다면 분담금의 3가지 항목 기준에 따라 우리 측에 전가할 수 있지만 전체 분담금 규모에 비하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문제는 분담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미간에는 주한미군이 안보에 기여하는 전체 가치를 확정한 뒤 분담금을 산정하는 ‘총액지급형’을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가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훌륭한 무기체계”라고 선전포고를 한 만큼, 분담금 산정을 위한 전체 파이를 먼저 키운 뒤에 늘어난 만큼의 부담을 고스란히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방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5년마다 갱신하는 분담금의 적용기간이 내년 말 만료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올해 말부터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30일 “기존 분담금 항목에 사드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지만, 분담금 총액이라는 판 자체를 흔든다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총액을 미리 정하지 않고 액수 제한 없이 지원할 분야를 규정해 필요한 비용을 모두 미군에 지불하는 ‘소요충족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리의 안보비용 부담 규모가 미국 동맹국 중 최상위권이란 점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률은 우리가 0.068%로 일본 0.064%, 독일 0.016%보다 높고 주둔 미군 1인당 방위비 분담 규모도 3만 달러로 일본 3만5,000달러, 독일 1만3,000달러에 비해 낮지 않다. 우리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액수도 36조 360억원에 달한다. 최상위 무기 수입국으로 꼽히는 우리 정부가 사들이는 무기 대부분이 미국산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그간 적지 않은 안보비용을 부담해왔는데도 트럼프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고리로 더욱 고강도의 압박을 해온다면 한미동맹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용 부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극단적 경고 메시지가 반복되면 국내 여론도 양분될 소지가 다분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트럼프의 10억 달러 발언은 한미동맹이 영원하거나 당연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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