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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조선 도예가 심수관을 존경하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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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조선 도예가 심수관을 존경하게 만들 것”

입력
2017.04.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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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째 ‘심수관家’ 가업 계승하고 있는 도예가 심일휘

“조선 민족예술혼 끝까지 지켜

한일 양국 문화 가교 역할 할 것”

내일 전북서 ‘도방잡화’ 강연 예정

일본에서 400여년간 조선 도공의 명맥을 이어온 심수관가(家)의 제15대 심수관(57ㆍ본명 심일휘) 선생. 전북국제교류센터 제공
일본에서 400여년간 조선 도공의 명맥을 이어온 심수관가(家)의 제15대 심수관(57ㆍ본명 심일휘) 선생. 전북국제교류센터 제공

“일본인들이 조선 도예가 심수관(沈壽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모국인 한국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400여년간 조선 도공의 명맥을 이어 온 심수관가(家)의 제15대 심수관(57·본명 심일휘) 선생이 2일 전북에서 ‘도방잡화(陶房雑話ㆍ도자기이야기)’를 주제로 특강한다. 특강은 전북국제교류센터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9월 도쿄에서 열린 재일전북도민회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송하진 전북지사가 심수관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 주자 감사의 뜻으로 마련됐다.

그는 강연을 통해 일본에서 우리 민족의 혼과 예술적 가치를 계승 발전시켜 일본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츠마(薩摩)자기를 탄생시킨 심수관가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선조들의 가업에 얽힌 이야기와 자신의 심정 등을 밝힌다. 한일교류의 의미와 앞으로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자신의 역할도 피력한다.

심수관가는 1598년 정유재란 당시 남원에 살다가 일본 가고시마(鹿兒)현으로 끌려간 청송 심씨 가문의 도공 심당길(沈當吉)과 그 후손들이 현지에서 419년 동안 도자의 맥을 잇고 있는 도예 명가다. 선조들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명 대신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심수관가는 15대까지 내려오면서 당대마다 아들·딸을 낳았지만 아들은 유독 1명씩밖에 없었다.

심수관가 사츠마자기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는 1873년부터다. 12대 심수관은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오스트리아만국박람회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정교한 기술과 색채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오늘 일본 도자기의 대명사가 됐다.

선조들이 일본에서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15대에 걸쳐 맥을 이어 온 것은 그들 가문만의 절대적 가치관 때문이었다. 15대 심수관은 “조선 도자 기술에 깃든 민족혼과 예술혼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선조들의 정신이 가문과 가업을 이어 가는 원천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 국립미술도예학교를 거쳐 1990년 경기 여주에서 옹기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등 이론과 실기를 닦고 1999년 ‘심수관’이란 이름으로 습명했다. 일본 전통예술계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을 습명(襲名)이라고 한다.

그는 강연을 마친 뒤 3일 전북 남원에서 열리는 아버지 14대 심수관(91·본명 심혜길) 흉상 제막식에 참석한다. 흉상은 남원시가 14대의 업적과 공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 남원시 어현동 심수관도예전시관 내에 설치되며 높이 148㎝, 폭 48㎝ 규모의 청동으로 제작됐다. 현재 도예전시관에는 12대부터 15대까지 작품이 전시돼 있다.

14대 심수관은 할아버지에 버금가는 예술성과 다양한 식견을 갖췄다. 특히 고향인 남원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그는 한국과 남원을 자주 방문하면서 도자 분야의 한일교류에 힘써 왔다. 2008년 남원명예시민증이 수여되고 1989년 일본 가고시마현 대한민국 명예총영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아들인 15대는 “아버지께서 오랜 기간 품었던 남원에 대한 애정이 평가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15대 심수관 선생의 계획은 가업을 잇는 것과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이다. 그는 “한일 양국이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희망한다”며 “한국 지방도시의 매력과 문화를 많은 일본인에게 전파하고, 한국인에게도 일본의 좋은 점을 알리는 두 나라의 가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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