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 내세워 유혹
7일 결선 투표 앞두고 승부수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의 대통령 후보 마린 르펜이 1차 대선 투표에서 탈락한 극좌 장 뤽 멜랑숑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박차를 가하면서, 7일 예정된 결선 투표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르펜이 멜랑숑의 구호였던 ‘데가지즘’(구체제의 청산)을 외치며 멜랑숑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념적 지형은 정반대이지만,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자국 우선주의라는 점에서 르펜과 멜랑숑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르펜의 노력에 따라 멜랑숑 지지자들을 대거 끌어 들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르펜의 이 같은 선택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에게 20%포인트 차이로 뒤떨어져 결선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선에서 르펜은 40%를 얻어 경쟁자인 마크롱 후보(60%)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온다. 르펜이 소속된 FN의 한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기존 체제의 후보”라며 “힐러리 클린턴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성 정치세력을 공격하고 미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당선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전략에도 한계는 있다. 설득이 가능한 또 다른 집단인 중도 우파 세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베인 크레퐁 파리 10대학 교수는 “중도 우파는 혁명 세력이 아닌 직업과 보수가 보장된 중산층”이라며 “중도 우파와 멜랑숑 지지자들을 동시에 설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르펜의 지지율은 1차 투표 이후 반등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IFOP가 지난 23~26일과 25~28일 각각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르펜의 예상 득표율은 39.5%에서 40%로 올랐지만, 마크롱은 60.5%에서 60%로 떨어졌다.
멜랑숑이 28일 르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마크롱 지지를 거부한 것도 르펜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장 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대표는 “마크롱이 이긴다고 생각해 기권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두렵다”며 “이 같은 현상은 르펜에게 엘리제 궁(대통령 관저)으로 가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멜랑숑 지지자들의 결선투표 예상 기권율은 30%에서 40%까지 늘었고, 전체 기권율 역시 주초 26%에서 현재 29%까지 치솟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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