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유권자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 후보가 중도ㆍ보수 연합 후보로 가능성을 보이면 소신투표를 하겠다”는 표심이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전통의 스윙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도 문 후보로 기울었다. 한국갤럽의 25~27일 조사 결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충청에서 각각 40%, 30%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를 동행하며 28, 29일 충청권에서 만난 지역 민심도 여론조사를 따르고 있었다. 대전에서 택시를 모는 최광두(62)씨는 “지금은 여기서도 야성이 강해졌지만 우리 같은 5060세대는 여전히 보수라 문재인은 거부감이 들지유”라며 “그런데 좋든 싫든 주변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건 문재인”이라고 대세론을 인정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김모(57ㆍ여)씨는 “나는 1번(문 후보)과 3번(안 후보) 중에 고민 중인데 요새 지지율이 너무 벌어져서 다들 1번이 될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바닥 민심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로 이어지던 충청대망론이 무너진 데 대한 실망감이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공주대에 재학 중인 이모(22ㆍ여)씨는 “반기문 때는 (충청민심이) 확 쏠렸고, 안희정 지사도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실히 가라앉았다”며 “누굴 밀어주자는 분위기는 단연코 없다”고 공허한 지역 정서를 설명했다.
전통적 보수인 충북에서는 안 후보의 막판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였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40%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중도ㆍ보수 연합’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보수 후보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충청에서는 28일 한국갤럽 기준 7%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충북 청주롯데백화점 앞에서 안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김호상(61)씨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합류한 것처럼 갈수록 반문 세력이 안 후보에 결집하며 깜작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 신세계백화점 앞 광장에서 팔짱을 끼고 안 후보의 유세를 보던 직장인 황모(56)씨는 “안 후보가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문재인을 꺾을 수 있겠느냐”면서 “보수층을 확실히 끌어오면 중장년층도 믿고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ㆍ청주ㆍ천안=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공주=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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