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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흔/사진-두산
[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절대 안 울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홍성흔(40)은 마지막까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쾌남'으로 불렸던 그다운 이별이었다.
홍성흔은 4월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롯데의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올 초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산하 루키팀 코치로 연수를 받고 있다.
이날 두산 선수들은 은퇴식을 기념해 홍성흔의 데뷔 시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오랜만에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홍성흔은 "2001년 우승 당시 입었던 유니폼을 다시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밝게 웃었다.
1999년 두산의 전신인 OB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홍성흔은 18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1, 2,046안타 208홈런 1,120타점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도 6차례(포수 2회, 지명타자 4회) 수상했다. 두산은 홍성흔이 4시즌(2009~2012년)동안 뛰었던 롯데전에서 은퇴식을 여는 배려를 했다. 홍성흔은 "은퇴식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정든 그라운드와 이별이지만 홍성흔은 "떠난다는 마음보다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다. 새벽부터 직접 써내려 간 편지를 팬들 앞에서 읽을 때도 미소를 지으며 "훌륭한 선배, 훌륭한 지도자로 선수 때보다 더 멋있는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딸 화리(12)양이 시구를 하고, 아들 화철(9)군이 시타를 맡았다. 홍성흔은 시포로 마지막 마스크를 썼다.
이번 은퇴식을 위해 지난 달 28일 귀국한 홍성흔은 오는 3일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는 "빨리 다시 선수들을 만나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즐거움도 전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2월27일 미국에 들어가 샌디에이고 루키팀 코치를 하고 있다. 정식 코치는 아니고 인턴으로 포수와 타격 부문을 맡았다. 두산에서도 노력을 해주셨지만, 박찬호(44•은퇴) 선배가 소개해주셔서 샌디에이고 구단으로 가게 됐다."
-루키 리그 일정이 힘들 텐데.
"코치들은 새벽 4시30분부터 일어나 훈련을 봐준다. 선수들 배팅볼을 던져주고, 훈련시키고. 일과가 끝나면 오후에는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미국에서 코치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코치를 하기 위해 오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두산-롯데전에서 은퇴를 하게 됐다.
"정말 생각도 못했다. 솔직히 껄끄러울 수도 있는 상황인데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은퇴식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두산에서만 18년을 뛴 개 아니라 4년간 롯데에서 뛰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인정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구단이 마음을 열고 열심히 뛴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은퇴식을 치르는 심정은.
"집에서 나오면서 '절대 울지 말자'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는 했다. 떠난다는 마음보다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현역 시절 입담으로 주목 받아 은퇴 후 방송 진출에 대한 기대도 받았다.
"방송에서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MC 자리를 주겠다고 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연예계를 생각했을 때 마음이 불편하더라.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마음이 안 갔다. 야구를 했던 사람이고, 어린 선수들과 땀을 흘리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돈은 많이 못 받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길 잘 한 것 같다."
-선수로 뛴 18시즌 동안 기억에 남는 건.
"1999년 신인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2001년 포수로 앉아 우승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마해영 선배를 삼진으로 잡고, (마무리 투수였던) 진필중 선배와 부둥켜 안았을 때, 그리고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큰 활약은 못 했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 우승했을 때도 기억이 난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2000안타다. 물론 200병살타도 따라왔지만.(웃음) 지금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수들은 내가 200병살타 친 건 모른다. 오른손 타자 중 첫 번쨰로 2000안타를 쳤다고 대단한 선수인 줄 알고 있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선수들과 함께 뛰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무게 잡고 이런 건 못하겠다. 선수들이 '이 감독 정말 열정적이다'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만의 특색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지만 감독도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
-향후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와 감독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다.
"감독 자리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 아닌가. 많은 은퇴 선수들, 선배들 중에서도 감독을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히 의향도 있고, 도전하고 싶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여기까지 왔다. 실력으로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8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들이 밀어줘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감사 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도 기쁘고 감사하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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