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홍준표는 공동정부 대상 아냐” vs 金 “특별히 배제 않아” 충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승부수가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안 후보가 공동정부 구성의 전권을 맡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안 후보가 즉시 김 전 대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개혁공동정부는 출발부터 꼬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 업무를 맡아달라는 안 후보의 요청에 따라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를 오늘 부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역할은 안 후보의 내각 구성을 위해 후보자들을 사전에 접촉한 뒤 대상자를 최종 추천하는 것이다. 그는 “안 후보와 (내각 추천 전권에 대한) 얘기가 정확히 확정되지 않았다면 (오늘) 발표도 없었을 것”이라며 후보와의 충분한 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조체제는 김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4시간도 지나지 않아 불협화음을 냈다. 김 전 대표는 홍 후보의 공동정부 합류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특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길을 열어둔 반면,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역 유세 현장에서 “홍 후보를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즉각 반대한 것이다. 김 전 대표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핍박을 받았다’는 홍 후보의 주장에 주목했지만, 안 후보는 박근혜 정권 창출에 홍 후보 역시 기여했다는 상반된 정치적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불협화음은 안 후보의 현실론과 김 전 대표의 이상론이 충돌하는 데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대선을 직접 뛰고 있는 안 후보는 현 후보들 중심의 정당 간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부정적 여론이 높은 인위적 후보단일화에 대한 역풍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인 공동정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면 정당 간 통합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목표에 의견이 일치한다면 바른정당과도 손 잡을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안 후보와 다른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지원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핍박 받았건 사랑 받았건 박근혜를 이용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단연코 단일화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안 후보와 김 전 대표 사이에 지금까지 삐걱거린 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게 모두 똑같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 안 후보의 젊음과 미래,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경륜이 조화를 이뤄 잘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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