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ㆍ지정학적 변수 크고
정부 뜻대로 되는 시장 아냐
경기 회복 의미로 받아들여야”
“제가 대통령이 되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습니다.”
대선 후보가 또 다시 ‘코스피 지수 3,000’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과 경북 구미시 유세에서 “당선되면 임기 중 최소한 코스피 3,000은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불안으로 야기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그의 복안입니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보고 비교 시점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사실 코스피 3,000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대선을 하루 앞두고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임기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한 증권사를 찾아 “내년(2008년)에는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것이고, 임기 내에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는 주식 시장의 활황을 기대하면서도 코스피 3000 공약에는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이란 게 정부가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스피 3,000이 실현되면 치적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증시는 워낙 해외 변수와 지정학적 변수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주식시장의 목표지수는 후보의 공약이 되긴 어렵고, 실물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미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코스피 3,000이 단골 대선 공약이 된 것은 증시 투자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코스피 3,000을 공약한 대통령들의 실제 성적표는 어떨까요. 취임 직전일과 퇴임일 코스피 지수를 비교해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지수는 19.7% 상승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3.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사실 코스피가 가장 많이 오른 지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173.6%)였습니다. 외환 위기를 부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수도 19.6% 하락,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차기 대통령 취임 후 ‘○○○랠리’가 나올 지 궁금해집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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