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맥왕이 뭔 소용"…'인맥 거지' 자처하는 현대인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맥왕이 뭔 소용"…'인맥 거지' 자처하는 현대인들

입력
2017.04.30 15:53
0 0

성인 64%, 인간관계 정리 추구…"진짜 친구 찾고 싶다"

형식적 관계에 피로감…"가볍고 넓은 인맥 의미 없어"

"가까운 좋은 사람들하고 지내기에도 일상이 바쁘다"

곽금주 교수 "피상적이고 얄팍한 관계에 외로움 커져"

"회의감에 '인맥 커팅'…소모적 시간 줄일 필요"

뉴시스
뉴시스

한때 '파워 블로거'가 꿈이었던 주예지(31·여)씨는 3년 전 활발하게 활동했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모두 접었다. 평소 직접적인 대면 교류 없이 인터넷으로만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소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씨는 "평소 연락하지도 않는 친구 생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뜰 때마다 축하를 해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며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중단했더니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주씨는 "예전에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친구가 부러웠지만 지금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지인만 챙기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좋다"고 전했다. 현재 주씨의 스마트폰에는 가족 15명을 포함해 단 46명의 연락처만 남아있는 상태다.

대학 시절 '인맥 왕'이라고 자부했던 오모(38)씨는 모처럼 생긴 여유에 친구를 불러 술 한잔할까 하다가 결국 '혼술'(혼자 먹는 술)을 택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962명의 연락처 중 연락이 끊긴 지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뉴시스
뉴시스

오씨는 "사회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졌다"면서 "이 기회에 연락을 안 하는 친구들을 삭제하니 스마트폰에 저장된 친구·지인은 정말 몇 안 남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볍고 넓은 인맥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맥 거지'를 자처하는 현상이 현대인들 사이에 늘고 있다.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며 스스로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을 지향하기보다는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소수'의 지인들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인쿠르트가 지난 13~14일 양일간 두잇서베이와 함께 국내 성인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1146명)의 응답자가 '인간관계를 일부러 정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457명)나 됐다. 인간관계 정리를 추구하는 비율이 64%에 달하는 셈이다.

인맥 정리의 이유로는 '원치않은 타인에게 내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가 31%(57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 진짜 친구를 찾아내기 위해서'(29%·544명) '이름만 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23%·430명) 등이 뒤따랐다.

뉴시스
뉴시스

인맥 정리 방법으로는 '피로감을 제공한 상대방을 차단'이 27%(534명)로 가장 많았으며 '해당 대상자의 연락처를 주기적 삭제'도 23%(534명)로 비슷했다.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정리'(15%·338명) 'SNS 미사용'(14%·314명) 등의 답변도 나왔다.

윤모(24·여)씨는 "페이스북에서 내 소식을 몰랐으면 하는 입이 가벼운 사람, 지인의 지인으로 얼떨결에 알게 된 사람들을 차단했다"면서 "내 취향이나 삶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 사생활을 보는 게 꺼림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모(30·여)씨는 "가까운 좋은 사람들하고 지내기에도 일상이 바쁘다"며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는 10명이면 충분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를 넘은 술주정 등 나한테 실수했던 사람들의 페이스북, 전화번호를 선택적으로 없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회 현상은 현대인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사회생활의 수단으로서 양적인 인맥 추구를 했다면 이제는 관계의 질과 깊이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관계망은 SNS를 통해 굉장히 확산됐지만 피상적이고 얄팍한 관계들이 다수이다 보니 외로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며 "자기 속내를 드러내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어서 회의감이 들자 점차 '인맥 커팅'에 나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사회적 관계가 긍정성, 행복감,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지만 이로 인한 에너지 소비도 많기 때문에 때로는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소모적인 시간을 줄여서 자기가 누군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