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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균형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이유

입력
2017.04.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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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다. 변화는 국내외적으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살피다 보면 하나의 중요한 동기이자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균형’이다.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것의 한 예로 최근 한반도에서 군사적 변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우리 해역으로 향하고 있으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가 논의되고 있다. 사드도 배치되어 가동을 앞두고 있다. 북핵에 맞서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선거정국에 나타난 많은 이슈들이 균형이라는 시각으로 설명 가능하다. 최근 후보들의 공약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내용은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로 귀결된다. 비과세감면 축소, 세원 발굴을 이야기 하지만 증세를 피할 수 없으며, 조세형평이 화두로 등장한다. 며칠 전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발표되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법인세 인하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법인세에 비해 월급 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컸던 터라 그 선택에서 균형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규제완화도 주요한 이슈이다. 모든 정부가 정부출범 초기에 하는 것이 규제개선이다. ‘대못’이나 ‘규제는 암’ 모두 같은 맥락이다. 규제개선의 주된 목적은 경기활성화이다. 하지만, 규제완화를 두고 이익을 보는 기업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험이 커지는 시민들의 입장이 대립하여 왔다. 이 역시 이익과 위험 사이에 균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검찰, 국정원, 공정위 등 권력기관의 구조 개편도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주요내용이다. 권한이 오·남용되었음에도 일상적인 시스템 내에서 이를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균형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경우 권한이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일부 정치검사들로 인하여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불러오면서 그 방법이 무엇이든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정서가 되었다.

복지예산은 우리 예산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재원은 한정되어 있어, 어떻게 돈을 써야 가장 잘 쓰는 것인지 고민스럽다. 청년실업과 노령화라는 두 가지 상황에 모두 직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묘수마저 필요하다. 의견도 분분하다. 노령층에 지원하면 복지이고, 청년층에 지원하면 포퓰리즘인가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영유아 보육문제까지 포함하면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세대간 균형이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지방과 중앙간의 권한배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국토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약으로 제시된 정책들은 입법으로 완성된다. 따라서 정책이 균형을 잃으면 균형을 잃은 법이 만들어진다. ‘타인을 해하지 말라’. 우리가 도덕의 최소한으로 부르는 이러한 자연법은 ‘법은 정의’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여기에서 균형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위반을 정당화 할 수 없는 정언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이익과 부담의 합의점을 제도화는 것이 주된 목적인 대부분 법률에서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마저 생소한 수많은 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법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법률의 정당성은 도덕이 아닌 균형에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균형을 잃은 정책이 입법화될 경우 불균형의 제도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불균형은 지속가능하지 않거나 새로운 균형점으로 가기 위해 불가피한 혼란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 선거에 즈음해 흔하고 평범해 보이는 ‘균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 이유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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