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세계에서 포식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사냥’이다. 포식자가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개념에 안주하는 순간, 다른 포식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포식자들은 끊임없이 싸움을 걸고 덩치를 키워 나가야 한다.
아마존은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다. 2016년 매출은 1,360억달러였는데 2006년 매출이 107억달러였으므로 10년간 무려 연평균 29%의 매출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아마존이 이렇게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던 건 자신보다 체력이 약한 상대들을 거침없이 포식해 왔기 때문이다. 동네서점부터 전자제품 전문판매점, 그리고 대형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유통채널에 의존해온 기업들은 아마존에게 고객과 사업 영역을 넘겨줘야만 했다. 2006~2016년 아마존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무려 20배가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대명사였던 ‘J. C. 페니’는 시가총액의 85%가 사라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다른 포식자가 나타나 아마존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경제와 가입자 규모를 극복할 수 있는 비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편리한 결제 방식과 글로벌 배송, 원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은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와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마존 서비스 이용자 수는 3억명 이상이며, 고객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이처럼 방대한 사용자를 등에 업고 있기에, 아마존은 소비자 만족을 위한 각종 유통 인프라와 기술개발, 콘텐츠 확보 등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성장에 굶주린 아마존의 눈길은 이제 유통채널을 넘어 정보기술(IT)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그것이다. 이미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에서 ASW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소매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에 이어 IBM이나 오라클 등 IT산업의 전통강자들까지 아마존의 사냥감이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포식자가 덩치를 키우면 아무래도 몸이 둔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경우는 다르다. 신규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인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수익성이 전자상거래보다 좋은 데다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사업 기반은 탄탄해지고 새롭게 진출한 사업은 원활하게 성장하니 아마존의 힘은 나날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해지는 포식자의 사냥감은 이제 유통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통부문, 미디어산업 부문,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이 포식자보다 약한 기업들은 모두 잠재적인 사냥감이라고 할 수 있다.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며 성장하는 정글의 맹수와 같은 기업, 그 기업이 바로 아마존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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