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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한국에 ‘사드 청구서’ 들이 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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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한국에 ‘사드 청구서’ 들이 밀었나

입력
2017.04.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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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ㆍ안보도 비즈니스식 접근

예견된 행동원칙 재빨리 실행

당장 FTA 재협상 가능성 낮아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강력한 협상카드로 활용 가능성

29일 취임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29일 취임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저지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확정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돌연 한국에 비용 청구서 성격의 요구를 쏟아냈다. 경제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혹은 재협상을, 안보분야에서는 최근 전격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관련된 10억달러의 비용 부담을 주장했다. 미국이 사드 전개 및 운용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양국간 합의에 따르면 돌발적 발언으로 여길 수 있지만 외교ㆍ안보정책도 철저히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원칙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성정(性情)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견된, 그래서 언젠가는 나올 수 밖에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을 보면 그는 중요한 부동산 거래 때마다 속내를 철저히 감춘 채 상황이 유리할 때까지 기다리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 재빨리 기회를 낚아챘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지금이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껄끄러운 청구서를 내밀 가장 유리한 시기로 판단한 것 같다. 논란 많았던 사드 배치가 사실상 완료되고 많은 한국인들이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지켜 본 미국의 대북정책이 외교적 압박으로 확정되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된 시기에 청구서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과 집권 후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고려할 때 이 발언들은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집권 후 오바마케어 폐지 및 멕시코ㆍ캐나다와 무역협상 등에서 처음에는 파국을 불사하는 듯한 거친 태도로 밀어 붙이다가도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이 전개되면 즉각 후퇴하는 유연한 행보를 보였다.

한미 FTA의 경우 당장 폐기되거나 재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한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밀린다”며 “NAFTA 협상을 마무리 한 내년 이후에나 재협상 논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기존 FTA 골격을 유지한 가운데 자동차 등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 꾸준히 미세조정을 해나갈 경우 공세가 상당 부분 완화될 수도 있다.

사드 비용 전가 발언 역시 즉각적인 이행 요구로 해석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 시절 “주둔비용 전액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뒤 이후 철회한 것처럼 즉흥적 언급일 수 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리도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사드를 한반도 내 다른 미국 무기 체계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소유하길 원한다”며 사드 판매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내년 이후 본격화하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미국의 거센 압력이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능력을 인정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적극적 의사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후보 시절 주장대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는 뜻일 수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진력을 다한다”고 평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말을 뒤집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매달리는 대신, 협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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