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것이 적절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부 당국 표정은 당혹 그 자체였다. 국제회의 참석 차 워싱턴을 방문 중이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으로부터 단단히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 부지와 기반시설은 한국이 제공하되 배치와 운용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그간 합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때문에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는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군 당국의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했던 한미 공동실무단이 지난해 7월 체결한 약정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사드 비용에 대한 문제는 분명하게 정리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사드 비용 부담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부인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한미 고위급 간 접촉 과정에서 미국이 의중을 전달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미국으로부터 통보 받은 바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방위비 분담급 협상 카드와 연결시키고 있다. 내년 중반 시작되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 전략이 아니겠냐는 정부 안팎의 관측과 같은 맥락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장 사드 비용을 내라는 요구를 던졌다기 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같은 한국의 안보 분담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도 “향후 한미 간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면서도 “한미 간 사드를 둔 협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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