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분야 전문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오픈넷이 관권선거 예방을 이유로 공무원의 사적인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지난 3월말 ‘제19대 대통령선거 공무원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문건을 배포했다. 문건은 선거관련 게시글에 ▲‘공유하기’를 클릭하는 행위 ▲응원댓글을 다는 행위 ▲’좋아요’를 계속적, 반복적으로 클릭하는 행위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계정을 이용해 전달(리트윗)하는 행위 등을 선거법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선거 관련 게시물에 ‘공유하기’와 ‘리트윗’, ‘좋아요’ 등 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내용으로, 공무원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28일 “SNS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공직선거법을 해석해 공무원의 사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1년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결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표현’이나 ‘선거운동’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고 오픈넷은 주장했다.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는 오프라인 전달매체의 특성에 따른 금권선거의 예방인데, 인터넷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 정보의 수용자의 ‘자발적ㆍ적극적’인 행위 즉, 정보를 선택(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정보전달이 완성되기 때문에 금권선거의 위해가 높지 않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오픈넷 측은 “물론 선거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권선거뿐 아니라 관건선거의 예방도 포함된다”며 “하지만 관건선거는 세금과 권력기구를 이용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지, 개별 공무원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까지 규제하는 규범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더욱이 관권선거이든 금권선거이든 선거의 공정성을 보존하기 위해 금지하는 것인데 인터넷의 특성상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봤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더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온라인 표현에 대해서는 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이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과 공공기관이 조직적으로 여론형성에 가담하는 것을 구분하기 어려워 공무원의 모든 선거관련 온라인 행위를 규제하는 방침을 택했을 수도 있지만, 온라인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반드시 보호돼야 하는 인권이라는 게 오픈넷 측의 입장이다.
SNS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순 ‘좋아요’, ‘리트윗’, ‘공유하기’가 의미하는 바는 다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SNS는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의 콘텐츠 중심으로 노출되는 관계 중심의 미디어여서 ‘좋아요’ 등이 게시글에 대한 지지 의견보다 작성자에 대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시글 내용이 황당하거나 혐오스러워 이를 알리기 위해 ‘리트윗’이나 ‘공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한 소통의 한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오픈넷 측은 “페이스북은 ‘좋아요’ 버튼 외에도 ‘최고예요’, ‘웃겨요’, ‘슬퍼요’ 등이 있는데 ‘좋아요’만 규제하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SNS에서의 단편적인 감정표현 또는 대화참여를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은 마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국민 모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고 감청ㆍ감시 하에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선관위는 과도한 정치적 표현 억압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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