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종료’ 폭탄 발언에 연일 치솟던 코스피는 하락 반전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정부와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코스피는 28일 전날보다 4.02포인트(0.18%) 하락한 2,205.4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631.11)보다 2.87포인트(0.45%) 내린 628.24에 마감됐다.
지난 20일 이후 줄곧 오르던 코스피가 7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은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온 영향도 있지만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끔찍한(horrible) 무역협정은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2.04%)와 포스코(-0.94%) 등 미국 수출이 많은 기업들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전날보다 7.8원이나 오른 1,137.9원까지 치솟았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투자금도 일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발언의 진위가 밝혀질 때가진 당분간 증시 상승 기조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관련 발언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온 산업통상자원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어떠한 공식 요청도 받은 게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FTA가 미국에도 이익이란 점을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사실상‘폐기’까지 언급하며 앞으로 미국과의 무역 환경이 어떻게 변할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대책 회의 등을 소집했다. 미국이 원산지 검증을 더 까다롭게 하거나 법률 시장 개방과 스크린 쿼터제 폐지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우리나라의 불투명한 규제 등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13억 달러 이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발언이 글로벌 보호주의의 확산을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서비스 부문은 107억달러의 적자를 봤지만 상품 부문에선 27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여섯 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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