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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소유한 금호산업 지배
재인수 작업 착수 뜻 처음 밝혀
#2
中 더블스타 측
“인수금액엔 브랜드 가치 포함”
채권단 뾰족한 대책 없어 고심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7일 “금호타이어에 대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 브랜드를 노리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중국 타이어제조업체인 더블스타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결국 이번 매각을 무산시키고 박 회장이 재인수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중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다.
박 회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여러 잘못된 절차를 채권단에서 선택해 발생한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법적 조치를 이젠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소유인 ‘금호’상표권의 사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블스타와의 인수계약은 자연스레 무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그룹이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매각절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한 권리도 없이, 매출액의 0.2%를 20년 동안 사용하도록 허가해줬다”며 “금호산업에선 상표권과 관련해 어떤 계약도 맺은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하며 무단으로 상표권 사용을 주식매매계약(SPA)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을 지배하고 있어, 상표 사용을 불허할 권한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불공정한 계약은 결국 금호타이어 가치와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며 “결국 채권단은 재입찰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채권단은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불허키로 함에 따라 이날 긴급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 측과 상표권 사용을 놓고 우선적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더블스타가 상표권 없이 인수할 의사가 없다면 이번 매각은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금호타이어 매각절차에 다시 들어간 채권단은 박 회장의 상표권 불허는 매각을 결정하는 결정적 카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최장 5개월 내에 계약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더블스타는 인수 선결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1조원이라는 인수금액에는 금호타이어의 기술력, 공장, 판매망뿐만 아니라 ‘금호’라는 브랜드 사용을 포함한 전체 가치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가치 전부를 내세워 시장에 내놓은 만큼, 계약과 관련된 전 사안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박 회장이 최근 금호고속 인수에 나선 것도 이런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까지 최소 5개월의 기간이 생긴 만큼 금호고속 인수를 먼저 마무리 짓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만이 금호타이어 인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며 “추후 재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면 박 회장은 우위를 갖고 계약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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