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75억 횡령ㆍ배임 혐의 영장

인세 지급한 것처럼 회계 조작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
경영권 분쟁 과정 설립자 고발
무혐의 처분 나오자 역공 당해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 김영사의 박은주(60) 전 사장이 7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될 처지에 놓였다.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박 전 사장은 김영사의 설립자 김강유(70) 대표이사 회장과 맞소송전을 벌여왔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회사 자금 약 60억원을 빼돌리고 15억원 이상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박 전 사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사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박 전 사장은 2005년~2014년 3월 김영사가 발간한 책을 집필한 허영만 이원복 등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자회사에 도서유통 업무를 몰아주거나 영업권을 무상으로 떠넘겨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과 박 전 사장 간 인연이 악연으로 변한 건 2014년부터다. 김 회장은 1989년 당시 32세이던 박 전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은 ‘먼 나라 이웃나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출판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박 전 사장은 한국출판인협회 회장까지 맡게 됐다.

그러나 김 회장이 2014년 5월 박 전 사장의 비리를 문제 삼아 박 전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다시 대표직을 맡으면서 내부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됐다. 당시 김영사는 매출 부진, 사재기 의혹 등도 불거진 상태였다.

김 회장이 물러나게 하자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횡령 및 배임, 사기 혐의로 김 회장을 고발했다. 김 회장이 회삿돈 30여억원을 그의 형에게 무담보로 빌려주고, 김영사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월급 등 명목으로 30여억원을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경영권 포기 대가로 보상금 45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자신의 회사지분과 사옥소유권 등 285억원상당의 자산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고발 내용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회장은 이듬해 역공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12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박 전 사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 전 사장이 가짜로 회계자료를 작성하고 자문료를 허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 자금 80억원을 횡령하고, 부당하게 도서유통 업무를 회사에 몰아주는 등 40억원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김영사 측은 “박 전 사장은 불의한 방법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 지난해 3월 즈음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5월 퇴사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동안 2011년 358억원이었던 김영사 매출은 2014년 205억원으로 급감했다. 2011년 2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4년 7억원가량 적자로 돌아섰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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