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이후 선내 수색 과정에서 미수습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비록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을 거듭하던 유족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신호다.
27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날 세월호 4층 선수(뱃머리) 부분에서 단원고 남학생 교복 상의 1점이 발견됐다. 교복에서는 미수습자 가운데 한 명인 단원고 학생 박영인 군의 명찰도 함께 발견됐다. 수색팀은 즉각 박 군 가족에게 유류품 발견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복 주변에서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본격 수색에 돌입한 지 9일 만에 미수습자의 흔적이 처음 발견되자 가족들의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목포 신항에 머물고 있는 박 군의 부모는 아들의 교복을 살펴본 뒤 “잘 세탁해 보관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수습자를 돕고 있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유골이 발견된 것은 아니라 가족들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첫 유류품이 발견된 만큼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색팀은 28일 날이 밝는대로 박 군 교복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유해를 집중 탐색할 계획이다. 유해발굴전문가로 미수습자 수습을 관리ㆍ감독하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박 군이 옷을 벗어놨을 수도 있고, 옷 안에 있던 유골이 근처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교복이 발견된 주변 잔존물과 펄을 샅샅이 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군 외에 다른 미수습자들의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도 커졌다. 박 군의 교복이 발견된 4층 선수는 단원고 남학생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단원고 학생인 남현철 군이나 선미(배꼬리)에 있었던 조은화양, 허다윤양,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 양승진씨도 4층에 있을 확률이 높다. 수색팀은 일반인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 이영숙씨 등 3명은 3층에 있을 것으로 보고 3, 4층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
박 군의 교복은 유류보관소에 임시 보관된 뒤 세척,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가족들에게 인계된다. 수색팀은 27일 기준 총 289점의 유류품을 수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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