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에 가보니...

文-安 양강 구도 균열 속
洪 TV토론서 직설적 화법과
강경한 안보관이 노년층 자극
TK내 지지율 조사 첫 1위로
“시간 갈수록 노년층은 洪
중년층 安, 청년층 文에 모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구미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보수 진영의 궤멸 속에 방황하던 대구ㆍ경북(TK)의 표심이 방향성을 잡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로 오락가락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거쳐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정통 보수”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쏠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TK가 전략적 선택지로 꼽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세가 흔들리면서 당선 가능성보다 기존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후보 선택에 들어간 것이다.

TK 표심의 변화는 안 후보에 대한 검증 및 토론회 과정에서의 실망에서 시작됐다. 대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좌파 집권 막을라고 안철수 찍을라 했지만 부인 특혜 채용에다가 토론회에서 MB아바타니 이상한 말이나 하는 거 보고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어짜피 이번 대선에서 중도든 보수든 글러 먹은 것 같아서 소신대로 찍을라 한다”고 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도 TK의 다른 판단을 재촉했다. 경북 경주역 앞 광장에서 이날 안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자영업자 천모씨는 “안철수를 뽑아 줄라면 지가 문재인과 비슷하게 올라와 줘야 할 꺼 아이가”라면서 “자꾸 문재인하고 차이가 벌어지니까 원래 하던 대로 투표를 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은 홍 후보에 대한 관심으로 즉각 전환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홍 후보의 사드 배치 찬성 등 강경한 안보관이 TK 표심 공략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주역 부근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는 “딴 건 모르겠고, 대통령이라면 안보는 확실해야 되는 거 아닌교”라며 “홍준표처럼 ‘북한에게 사드로 이렇게 하겠다’ 정확히 말을 해야지 안철수는 맨날 4차 산업혁명인가만 말하니 영 불안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TV 토론의 직설적 화법도 홍 후보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었다. 대구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하모씨는 “딴 지역 사람들은 홍준표 말을 독선적이라 할지 몰라도, TK 사람들은 ‘똑 부러지게 말 참 잘 한다’고 평가한다”며 “안철수는 많이 아는 거 같은데, 말투부터 애매모호한 것이 믿어도 되나 싶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 희비곡선은 유세 현장과 지역 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에만 경주와 영천, 대구의 6곳을 돌며 유세를 벌였지만, 선거운동원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유세차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웅성거릴 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홍 후보는 TK 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TBC가 23, 24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대구에서 29.9%, 경북에서 33.5%로 모두 1위에 올랐다. 대구 지역 2위는 25.2%를 기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였고, 경북에선 안 후보가 26.1%로 홍 후보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체적 여론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의 팽팽한 대결이다. 대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시간이 갈수록 노년층은 홍준표, 중년층은 안철수, 청년층은 문재인으로 모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주ㆍ대구 =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지역 거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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