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가려질 때면 각 구단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봄 배구'에 성공한 팀들은 기쁨을 맛보고, 축제에 함께 하지 못한 구단은 고개를 숙이며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
과연 팬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그럴까. 한국스포츠경제와 닐슨코리아의 설문에 따르면,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배구 팬들의 행복도를 조사하기 위한 8개 항목의 답변을 구단별로 비교한 결과 팀 성적과 팬의 행복지수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우승팀 팬이 하위권 구단의 팬보다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았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여자부에서 두드러졌다. 5개의 답변에 점수를 부여('매우 그렇다' 10, '그렇다' 7.5, '보통이다' 5, '그렇지 않다' 2.5, '전혀 그렇지 않다' 0점)해 10점 만점으로 환산한 '배구행복지수'에서 여자부 1위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을 응원하는 팬들의 행복지수는 6.91로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현대건설 팬들은 'V리그는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에 대한 긍정 답변이 57.5%로 절반이 넘었다. '시간이 된다면 가급적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는 77.5%, '매년 V리그 시즌이 기다려진다'에는 70.0%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해 여자부 6개 팀 중 긍정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보다는 프로배구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팬들이 많은 결과로 해석된다.
여자부 행복지수 2위 역시 정규리그에서 최하위에 그친 한국도로공사로 6.78을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IBK기업은행은 행복지수 6.60으로 3위, 정규리그 1위팀 흥국생명은 6.35로 4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남자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설문 조사 시점은 정규리그 2위팀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팀 대한항공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4월3일부터 14일까지였다. 챔피언결정전 최종 결과가 나온 뒤 답변이 이뤄졌음에도 행복지수 1위는 현대캐피탈(6.73)이 아닌 대한항공(6.80)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행복지수에서는 2위로 밀렸다.
대한항공을 응원하는 팬들은 'V리그 시즌이 끝나면 삶이 무료하다(35.0%)'와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따라 기분의 좋고 나쁨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67.5%)' 항목에서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배구에 대한 사랑과 응원 팀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뜻이다. 또 비록 최종 우승컵은 놓쳤지만 정규리그 우승 과정에서 느낀 행복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즌 최하위 OK저축은행이 행복지수에서는 3위에 오른 것도 흥미롭다.
또 남녀부 각각 1~3위를 상위, 4~5위를 중위, 6위 이하를 하위 성적 구단으로 분류했을 때 팬들의 평균 행복지수가 상위(7.59)-하위(7.38)-중위(7.25) 순으로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신화섭 기자 evermyt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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