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초대 행장 인터뷰
3주만에 올해 수신목표 절반 달성
“자산가층 아닌 30대 위주 고객에
쏠림현상 심해 섣부른 낙관 금물
은산분리 완화 법 개정에 노력
카카오 뱅크, 파이 키우는 협력자”
“은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돈’. 그게 우리의 상식이다.”
지난 3일 문을 연 뒤 불과 2주 만에 20만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 모은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광고 문구는 도발적이다. 시중은행 창구의 ‘영혼 없는’ 미소 대신 고객에게 필요한 ‘돈’을 더 주겠다는 선전포고다. ‘골리앗’ 은행에 도전장을 낸 ‘다윗’ 심성훈 행장을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더케이 트윈타워 본점에서 만났다.
26일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은 20만명 중반대(가입자 기준)다. 다만 심 행장은 “아직 초반이고, 초기 열풍에 비하면 신규 가입 급증세도 잦아들고 있어 날마다 숫자를 밝히긴 쑥스럽다”며 정확한 고객 규모를 밝히길 꺼렸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골리앗 은행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도 숨어 있는 듯 보였다.
케이뱅크는 출범 3주 만에 벌써 올해 영업 목표(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의 30~50%을 달성(지난 18일 기준 수신 2,300억원, 여신 1,300억원)할 만큼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올해 ‘액티브’ 고객(꾸준히 예금, 대출, 카드 등을 사용하는 고객) 목표(약 38만명)도 이미 절반을 채웠을 정도다.
‘과속’에 대한 우려는 없는 지 묻자 심 행장은 한층 더 신중해졌다. 그는 “정보기술(IT)쪽은 고객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30대 고객이 제일 많은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변심이 가능하고 고객 대부분이 자산가 층도 아니어서 아직은 뭔가 자신하고 예단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예상보다 뜨거운 호응에 당초 하반기쯤이나 시작하려 했던 증자 관련 준비 작업은 이미 착수한 상태다.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은행은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20개 주주사에 증자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KT(최대주주) 같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확대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현행법상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증자를 하지 않으면 금융사(우리은행 등) 지분만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심 행장은 “(금융사 위주 증자는)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 취지에 맞지 않아 우선은 조속한 법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고객이 반기는 케이뱅크의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낮은 대출금리(직장인K신용대출 최저 연 2.68%)와 높은 예ㆍ적금 금리(플러스K정기예금 3년만기 최고 연 2.05%)다. 대출금리 차별화 비결은 신용등급과 금융거래 기반 대출심사에 더해 고객의 통신사 이용 경력 등도 살펴보는 추가 분석 시스템에 있다. 가령 KT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출 고객이 동의할 경우 그 동안 제대로 통신요금을 냈는지, 어떤 요금제를 사용하는지, 해외 로밍 경험이 있는지 등까지 따져본다. “해외 로밍을 했다면 해외여행을 할 만한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금융거래 경력이 없어도 통신요금을 꾸준히 냈다면 연체를 꺼리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심 행장은 설명했다. 그는 “케이뱅크가 거의 유일하게 중금리 대출 상품에 ‘보증’을 끼지 않고 판매하는 건 그만큼 고객 분석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해외 진출도 꿈꾸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기반의 예금ㆍ대출 관리 노하우를 해외 제휴사에게 제공하고 현지 사업을 컨설팅하는 방식이다. “주주사인 한화생명의 베트남 법인처럼 주주사의 영업망을 통한 진출도 가능한 게 케이뱅크의 장점”이라고 심 행장은 설명했다.
경쟁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중 출범하면 애써 잡은 고객을 뺏기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치킨게임보단, 두 은행이 함께 인터넷은행의 파이를 키우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며 “꼭 금리만으로 경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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