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25주년 한국무용 공연서
‘정치색 불가’ 내세워 과민반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문제로 경색된 한중(韓中) 관계를 풀기 위해 민간단체가 주관한 예술공연에서 당적이 없는 국회의장의 인사말을 두고 국립극장 측이 민감하게 반응, 뒷말을 낳고 있다. 해당 단체는 극장 측이 특정정치인 이름이 거론돼선 안 된다고 막아서 되레 분위기를 망쳤다고 불만이다.
26일 ㈔한중도시우호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한국무용 공연을 지난 14일 오후 8시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무대에 올렸다. 공연에는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를 비롯한 양국 주요인사 4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협회는 공연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별도로 보내온 축전을 참석자들에게 전하려 했다. 우리 주요인사가 중국과의 우호협력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립극장 관계자들이 이를 막아 섰다고 한다.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공연이 정치적 색채를 띠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립극장의 제지를 받은 협회는 축전을 대독하진 않았으나 공연 취지를 알리는 협회장 인사말에서 정 의장이 축전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잠깐 소개했다. 그런데 국립극장은 공연이 끝난 뒤 이 발언마저 문제 삼았다고 한다. 공연 주최자로 당시 무대에 섰던 안무가에 대해선 대관 불이익 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은 “나중에 (정 의장의 축전을 잠깐 소개한) 내 발언 때문에 또 논란이 빚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며 “국립극장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장을 특정 정치인으로 치부한 셈”이라고 불쾌해했다.
한 예술계 인사는 “공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행사의 취지에 맞는 인사말 정도를 하는 사례는 많다”고 했다.
국립극장 측은 순수 예술공연 취지에 맞게 사전행사를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대관 신청자가 한중도시우호협회가 아닌 무용단 측이어서 한중 우호 목적을 지닌 공연이 아닌 전석 초대 무대로 알고 있었다”며 “국회의장 축전을 문제 삼은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예술인에 대한 불이익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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