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때 갱신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주요 정보를 수시로 고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CIA가 세계 198개국의 최고 지도자와 각료 명단을 정리해 놓은 ‘세계의 지도자’(World leader)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원수는 박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임시 국가원수가 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박근혜 정권의 국무총리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CIA가 한국의 지도자 명단을 지난해 9월 이후 갱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명단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오준 전 유엔대사 등이 여전히 현직에 재직 중인 것으로 표시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올해 1월 19일 현재 기준으로 김정은 및 노동당 간부와 내각 주요 부서의 책임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이 북한에서 ‘영원한 수령’의 직위를 얻고 있다는 점까지 담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한국 관련 최신 정보의 누락이 CIA의 기술적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탄핵과 미국의 정권교체가 맞물리면서 한국 담당 실무자들의 관심이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정치ㆍ경제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월드 팩트북’에서도 올해 1월 기준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상황까지만 적고 있을 뿐 지난달 이뤄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관계자는 “각료 명단까지 실시간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대선까지 치러지는 상황에서 탄핵으로 물러난 전임 대통령 이름이 외국 정부 그것도 미국 CIA 홈페이지에 남아 있는 건 속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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