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TV토론서 드러난 ‘공생’
심상정, 단일화 언급에 “굳세어라 유승민”
안철수, 유승민 공약 칭찬하며 러브콜
문재인 지지자들은 홍준표에 응원 박수
대선 TV토론에서 5명의 후보들이 사안별로 동지가 되고 때로는 적이 되는 ‘이슈별 팀플레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 보수 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협공했고, 진보 진영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 후보의 방패막이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유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든다”는 러브콜을 보냈다.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 후보와 유 후보는 25일 열린 JTBCㆍ한국정치학회 주최 4차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보 이슈에서만큼은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문 후보가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은 참담하게 안보에 실패한 무능한 정권”이라고 공격하자 두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반격에 들어갔다. 홍 후보는 “북핵 위기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70억 달러를 북한에 퍼줬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고 유 후보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속아 현금을 퍼주는 사이에 핵과 미사일에 대한 기초 개발이 다 이뤄졌고 그 증거가 1차 핵실험”이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 “국방위원장까지 하셨으니까 전술핵을 도입한다는 부분을 다시 한번 국민들께 자세히 설명해달라”며 발언 기회까지 마련해주기도 했다.
진보 진영의 심 후보는 문 후보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유 후보가 참여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비판하며 문 후보를 재차 공격하자 “2007년 당시 정무적 판단은 옳았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다만 심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는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낸 문 후보가 후퇴한 입장을 보여 유감”이라며 날을 세웠다.
토론 도중 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단일화 이슈가 나오자 심 후보는 주먹을 쥐고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치며 “수구세력 밀어내고 건전한 보수세력을 확실히 세우는데 유 후보가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완주 의사를 밝힌 유 후보를 응원하기도 했다.
3차 토론에서 ‘MB 아바타’, ‘갑철수’ 언급으로 빈축을 샀던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선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3자 단일화를 염두에 둔 듯, 유 후보를 향해 “칼퇴근 공약이 참 마음에 들고 돌발노동금지 공약도 합리적”이라며 “제가 집권하면 실행에 옮기고 싶다”라고 유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날 문 후보 지지자들이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는 홍 후보를 향해 “수고했다”며 박수를 치는 진풍경도 목격됐다. 홍 후보를 찍으면 문 후보가 된다는 이른바 ‘홍찍문’의 마음을 담은 응원이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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