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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누나 팬들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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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누나 팬들이 지킨다"

입력
2017.04.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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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하이라이트의 이름을 알리려 팬들이 영화 티켓과 극장에 한 광고. 양승준 기자
그룹 하이라이트의 이름을 알리려 팬들이 영화 티켓과 극장에 한 광고. 양승준 기자

이달 초 ‘미녀와 야수’를 보러 서울 상암CGV를 찾은 직장인 김은영(34)씨는 극장에서 뽑은 영화 티켓을 보고 멈칫 했다. ‘하이라이트관’이란 낯선 상영관 이름에 눈이 갔다. 티켓 하단에는 #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과 함께 #하이라이트란 단어가 또 적혀 있었다. ‘하이라이트가 누구지?’라고 생각하던 김씨는 상영관 인근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고 나서야 이들이 그룹 비스트로 활동했던 멤버들이란 걸 알아챘다.

26일 하이라이트 소속사인 어라운드 어스에 따르면 영화 티켓 등 극장을 활용한 광고는 하이라이트의 팬 모임인 ‘하이라이트를 사랑하는 누나들’이 새 출발한 그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한 일이다. 지난 2009년 비스트로 데뷔한 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은 지난 2월 전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를 나와 하이라이트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한다면, 이들은 “비스트”를 입 밖에 내면 눈치를 받는다. 큐브가 이들에게 그룹 이름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두준 등은 신인그룹처럼 새 이름으로 ’두 번째 데뷔’를 하는 촌극을 벌여야 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팬들은 공공장소에서 하이라이트 알리기(지하철 전광판 광고)를 이어갔다. 팬들이 하이라이트가 지난달 처음으로 낸 앨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의 홍보 전략가 역할을 한 셈이다.

밴드 중식이(사진 위)의 노래 '여기 사람 있어요' 뮤직비디오(아래)는 열성 팬이 최근 제작했다. Mnet· 조준형씨 제공
밴드 중식이(사진 위)의 노래 '여기 사람 있어요' 뮤직비디오(아래)는 열성 팬이 최근 제작했다. Mnet· 조준형씨 제공

좋아하는 가수의 집 앞에서 밤을 새우거나 온갖 스케줄을 쫓아다니는 팬만 있는 게 아니다. 폐쇄적인 특성이 강했던 팬덤은 양지로 나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알리는 것을 넘어 창작까지 힘을 보탠다. 팬덤의 창조적 진화다.

2015년 Mnet ‘슈퍼스타K7’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인디 밴드 중식이는 2014년 낸 노래 ‘여기 사람 있어요’의 뮤직비디오를 최근 새롭게 얻었다. 팬이 직접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준 덕분이다. 뮤직비디오를 만든 주진형(20)씨는 “밴드(중식이)를 좋아하고 ‘여기 사람 있어요’란 곡을 특히 좋아했다”며 “곡을 더 알리고, 가사처럼 ‘나도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며 불합리한 일을 많이 겪었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힘든 청춘과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공유하며 힘을 얻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여기 사람 있어요’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88만원 세대’의 아우성이 담긴 노래다.

요즘 팬들은 가수의 ‘이미지 메이커’가 되기도 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방탄 페이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연장 쓰레기를 줍고, 다른 가수가 노래해도 외면하지 않고 응원하는 ‘선진 공연 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이다. 팬은 가수의 얼굴(페이스)이기도 한 만큼, 가수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팬들이 선행으로 앞장서자는 취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빠순이’란 낙인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스스로 의미를 찾고 가수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식으로 팬덤이 변화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공연장 인근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한 모습. 팬클럽 아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공연장 인근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한 모습. 팬클럽 아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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