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안내견의 날’ 맞아
중학생,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
“잠깐인데도 눈 가리니 무서워
만나면 실질적 도움 드려야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너무 무섭고 떨렸어요. 안내견에게만 의존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는데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느껴졌어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자중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안내견 보행체험을 처음 해 본 여학생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안대를 쓰고 안내견의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서로의 움직임을 전달하고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설계된 조끼 같은 장비)에만 의존한 채 100m 거리를 걸었다. 처음 눈을 가리고 걷다 보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내견 후보견 뒤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보행체험을 한 후에는 멋지게 임무를 수행한 안내견 후보견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즐거워했다. 비영리 단체인 세계 안내견협회가 정한 ‘세계 안내견의 날’(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을 맞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청소년들의 안내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여중 1학년 전교생 160명을 대상으로 준비한 행사다.
학생들은 유석종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강사의 안내견에 대한 역사와 현황, 시각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 강의를 들은 후 흰지팡이 체험, 안내견 보행체험 등을 통해 안내견 후보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안내견 보행체험을 한 윤소민(13)양은 “평소에도 안내견을 멀찌감치 보기는 했는데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며 “너무 귀엽고 똑똑한 것 같다”고 했다. 흰 지팡이로 걸어본 김가빈(13)양은 “잠깐인데도 눈을 가리는 게 두려웠고 어지러웠다”며 “앞에 아무것도 없는 걸 알면서도 장애물이 있을 까 걱정이 됐고, 시각장애인들이 너무 불편할 것 같다”고 체험 소감을 전했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학생들도 행사에 함께 했다. 흰지팡이 행사를 체험한 한 여학생은 “개들을 무서워했는데 안내견 후보견들은 순하고 늠름한 것 같다”며 “같이 있어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실제 눈을 가리고 보행체험을 함으로써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유석종 강사는 “간접체험을 하게 되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만났을 때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없이 따뜻한 눈으로 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역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안내견 후보견들이었다. 안내견 최종 시험을 앞두고 있는 후보견들은 학생들의 손길과 여기저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맡은 역할을 해냈다. 유 강사는 “안내견들은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강아지 때부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사람들이나 낯선 환경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가 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하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192마리의 안내견을 무상기증했으며 현재 60마리의 안내견이 활동 중이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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