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단에 새로 오시는 젊은 분들 가운데 90%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공회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오세요. 기존 교단의 방식에 지치신 분들이 열심히 연구한 뒤 찾아오시는 거지요. 이런 ‘성공회스러움’을 잘 가꿔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26일 서울 정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경호(59) 주교는 국내 성공회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주교는 전날 주교좌성당에서 주교 서품 및 승좌식(취임식)을 열고 제6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정년(65세)까지다.
성공회 신도는 전국 5만3,000여명, 서울 2만여명 수준이다. ‘10만 성도’를 내세우는 개신교의 단일 대형교회보다도 적다. 하지만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개방적인 분위기와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교회로 자리매김해 있다. 이 주교는 이 ‘성공회스러움’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아무래도 젊은 분들에겐 합리적 대화와 토론과 질문이, 그리고 교리적 논쟁이 가능한 교회라는 점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또 여성분들에겐 낙태 같은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고, 또 ‘여성 사제’를 허용한다는 점이 어필하는 것 같고요.”
자유로운 교리 논쟁에 대해 이 주교는 “개개인의 주관적 체험이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건강한 신앙과 신학을 위해서라도 질문과 대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때에 따라선 애써 설명하기보다는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함께 고민해보자’고 해버릴 때도 있다”며 “성당, 교회에 나오면 뭔가 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성공회의 이런 자유스러움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천주교와 달리 대한성공회 소속 232명 사제 가운데 여성사제는 20명이다.
이 주교는 ‘교육’에 관심이 많다. 사제 서품 뒤 10년을 선교교육원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만드는 일을 했다.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 때는 젊은 신도 교육에 공을 들였다. 그 결론은 결국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10주 간에 걸쳐 성서를 일별할 수 있는 ‘성서 통독 길잡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도문을 한데 모은 ‘보물단지’를 펴내기도 했다. “교구장을 통보 받고 2주간 피정 가서 옛 교부님들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성서 공부, 공들인 설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권력에 맞선 단호함 같은 여러 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갈등을 넘어선 통합’이었습니다. 모든 신자, 모든 성직자는 평화를 위한 주님의 뜻을 받들어야 합니다.” 이 주교의 당부였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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